- IBS, 원자 결함 주변 새로운 양자상태 세계 최초 관측

- 5~6나노미터까지 확산…초저전력 전자·광소자 개발 기대

엑시톤 응축체의 결함 양자상태와 나노미터 수준 제어.[IBS 제공]
엑시톤 응축체의 결함 양자상태와 나노미터 수준 제어.[IB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전기저항과 발열에 따른 에너지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양자물질 ‘엑시톤 응축체’를 나노미터 수준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 확산으로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초저전력 정보소자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염한웅 단장(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엑시톤 응축체 내부의 원자 결함 주변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전자상태를 세계 최초로 관측하고, 이를 나노미터 수준에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엑시톤은 음전하를 띤 전자와 전자가 빠져나간 자리에 생기는 양전하 성격의 ‘정공’이 서로 끌어당겨 한 쌍을 이룬 상태다. 전체적으로 전하를 띠지 않는 하나의 입자처럼 행동한다.

수 많은 엑시톤이 제각각 움직이지 않고 하나의 질서정연한 양자상태를 이루는 현상이 ‘엑시톤 응축’이다. 엑시톤 응축체는 전자를 이용하는 기존 정보 전달 방식과 달리 초유체 상태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에너지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미래 정보소자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고체에서 엑시톤 응축 상태가 실제 구현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연구팀은 실온에서도 특성이 유지되는 층상 물질 ‘Ta₂Pd₃Te₅’에 주목해 물질 내부 원자 결함이 엑시톤 응축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주사터널링현미경(STM)으로 관찰한 결과 특정 원자 결함 주변에서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한 쌍의 전자상태가 나타났다. 결함 자체는 원자 한 개 크기에 불과했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전자상태는 주변 약 5~6나노미터까지 퍼져 있었다.

연구팀은 실험과 이론 계산을 통해 이 현상이 단순히 결함에 전자가 머무는 것이 아니라 원자 결함과 엑시톤 응축체가 상호작용해 만들어진 새로운 양자상태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염한웅 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단장.[IBS 제공]
염한웅 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단장.[IBS 제공]

특히 초전도체에서 나타나는 ‘유-시바-루시노프(YSR) 상태’와 유사한 엑시톤 응축체의 결함 양자상태를 세계 최초로 직접 관측했다. 지금까지는 이론적으로만 존재가 예측돼 왔다.

연구팀은 이 양자상태를 직접 조절하는 데도 성공했다. 물질에 국소적인 변형을 가해 엑시톤 응축을 약화시키자 결함 전자상태도 함께 사라졌다. 또 STM 탐침으로 국소적인 전하를 변화시키자 엑시톤 응축을 나타내는 에너지갭 크기와 결함 전자상태가 동시에 변했다.

이는 엑시톤 응축 상태를 수 나노미터 영역에서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엑시톤을 이용한 초저전력 전자·광전자 소자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염한웅 단장은 “엑시톤 응축 상태를 원자·나노 수준에서 확인하고 제어할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며 “정밀 제어 기술을 발전시켜 초저전력 미래소자 개발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3일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