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협의, 형식적 논의 그쳐…정해진 계획 이행만 논의해선 안 돼”

감축 대상 76.1% 자회사·소규모 기관…통합 적절성 검증 요구

당사자 협의·사회적 공론화 부족 지적…논란 큰 사안 유보 촉구

총정원·총고용 보장하고 노동조건 개선 위한 예산 지원해야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공공기관 기능개혁, 지방이전 밀실추진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공공기관 기능개혁, 지방이전 밀실추진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공공기관 109개 감축 방안이 1시간 만에 의결됐다며 양대노총이 정부의 졸속 심의를 비판했다. 노정협의도 형식적 논의에 그쳤다며 밀실행정 중단을 촉구했다. 노동계는 이미 정해진 계획의 이행 방안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통폐합의 필요성과 적절성부터 다시 검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3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날 발표된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에 대해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를 후퇴시킬 우려가 큰 통폐합·기능조정 방안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정부 방안은 공공기관과 공공기관 미지정 기관을 포함한 190여개 기관을 통합·분할하거나 기능을 조정해 109개 기관을 감축하는 내용이다. 공대위에는 한국노총 공공노련·금융노조·공공연맹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 등 5개 산별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노동계는 감축 대상이 자회사와 소규모 기관에 집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공대위는 “109개 감축 규모 중 76.1%를 자회사와 소규모 기관이 차지한다”며 “통합의 적절성과 문제점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지시한 20% 감축 목표를 맞추기 위해 자회사와 소규모 기관이 무분별하게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설립된 자회사를 수평적으로 통합하는 것만으로는 기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원청의 책임 확대와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비판도 내놨다. 공대위는 소수 관료와 전문가가 비공개로 계획 수립을 주도하면서 노동조합과 공공서비스 이용자 등 당사자의 의견 수렴과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오전 9시30분 소집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109개 기관 감축 방안을 1시간 만에 의결했다며 졸속 심의를 비판했다. 정부와 양대노총이 몇 차례 협의했지만 형식적 논의에 그쳤고, 앞으로의 협의 역시 확정된 계획의 이행 방안만 논의하는 수준이라면 실질적인 협의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동계는 공공기관 개혁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했다.

불평등과 기후위기 등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그 방향은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관료 통제 중심의 운영을 민주적으로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전5사와 코레일·SR 통합 등은 이미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 중인 사안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번 방안에는 그동안 우려와 논란이 제기된 통합 계획도 다수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개별 통폐합과 기능조정 방안의 필요성·적절성을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문제점이 확인되거나 사회적 논란이 큰 사안은 추진을 유보하거나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폐합에 따른 고용불안과 청년 일자리 축소, 노동조건 악화를 막기 위한 대책도 촉구했다. 총정원과 총고용을 보장하고, 노동조건을 상향 평준화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과 총인건비 조정 등 실효성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논의할 정부·양대노총·공공기관 노동계의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노정협의체를 즉시 가동하라고 요구했다.

공대위는 “공공성을 강화하고 공공기관 운영을 민주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라면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 없이 기관 수 감축과 비용 절감만을 목표로 한 개혁을 강행하고 밀실행정을 지속한다면, 공공기관 노동자와 국민의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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