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연금 4396억원 ‘역대 최대’…3년 새 91.5% 급증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대위변제율 33.7%…은행권이 절반 부담

출연요율도 인상…“부실 관리부터 강화해야”

서울 시내 주요 은행 ATM기기 모습. [연합]
서울 시내 주요 은행 ATM기기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정책서민금융 부실이 늘면서 이를 떠받치는 금융회사들의 재정 부담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최근 4년 반 동안 금융권이 정책서민금융 재원으로 낸 돈은 1조5000억원에 육박했고, 지난해 출연금은 2022년의 두 배 가까운 수준까지 증가했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금융회사가 납부한 서민금융 출연금은 총 1조4797억원이다.

금융권 부담이 특히 가파르게 커진 것은 지난해다. 연간 출연금은 2022년 2296억원에서 2023년 2741억원, 2024년 3028억원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 4396억원으로 뛰었다. 3년 만에 91.5%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대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2393억원이 걷혔다.

출연금 증가는 정책서민금융 공급 확대와 함께 부실 위험이 높아진 영향이 겹친 결과다. 햇살론뱅크·근로자햇살론·햇살론15·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등을 합친 공급액은 2022년 5조1648억원에서 지난해 6조4124억원으로 2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금융권 출연금 증가율 91.5%와 비교하면 출연금이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난 셈이다.

보증상품의 부실도 적지 않다. 올해 6월 말 기준 대위변제율은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이 33.7%에 달했다. 햇살론15도 29.0%였고 햇살론카드 22.9%, 햇살론뱅크 18.7%로 나타났다.

대위변제율이 높아지면 보증기관이 차주 대신 금융회사에 갚아주는 금액이 늘어난다. 금융회사가 내는 출연금 가운데 일부는 이런 대위변제 실적 등을 반영해 차등 부과되는 만큼 부실이 커질수록 금융권 부담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서울의 한 거리에 ATM이 설치돼 있다. [연합]
서울의 한 거리에 ATM이 설치돼 있다. [연합]

여기에 올해부터 출연요율 자체도 올랐다. 지난 4월 시행령 개정으로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공통출연요율은 은행의 경우 0.06%에서 0.1%로, 비은행권은 0.03%에서 0.045%로 각각 상향됐다.

부담의 절반가량은 은행권이 지고 있다. 2022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은행이 납부한 출연금은 7099억원으로 전체의 48.0%를 차지했다. 상호금융은 3807억원, 저축은행 2110억원, 보험 1000억원, 여신전문금융회사 839억원이었다.

은행권 출연금은 2022년 1078억원에서 2024년 1291억원까지 완만하게 증가하다 지난해 2162억원으로 67.5%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1384억원을 부담했다.

은행별 누적 출연금은 KB국민은행이 115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958억원, NH농협은행 849억원, 전북은행 751억원, 하나은행 745억원, 우리은행 644억원 순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부담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누적 기준 카카오뱅크가 383억원, 토스뱅크 234억원, 케이뱅크 139억원을 냈다. 카카오뱅크의 연간 출연금은 2022년 41억원에서 지난해 132억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고, 토스뱅크는 같은 기간 8억원에서 97억원으로 12배 넘게 증가했다.

박 의원은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부실이 커질 때마다 금융회사에 더 많은 돈을 걷어 메우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해법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의 비용 증가는 결국 금융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출연금 확대에만 기대지 말고 정책서민금융의 부실 관리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금융회사와 정부의 출연 재원을 법정기금인 ‘서민금융안정기금’으로 통합하고 금융회사 출연을 장기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행 금융회사 출연 규정은 오는 10월 8일 효력이 끝나지만 이를 2031년까지 연장하거나 유효기간을 없애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정책서민금융 공급 여력을 늘리기 위해 법정 보증배수 한도를 15배에서 20배로 확대하는 내용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