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할리우드에서만 존재했던 특이한 장르였다. ‘개척시대’로 대변되는 시대성을 갖는 미국 역사에서 서부시대는 해석의 범주를 확장시키는 차별된 흐름이었다. 시대적으론 혼란이었고 또 생존의 물림이 존재했다. 특히 그 안에 살던 인물들은 선과 악이 구별되지 않는 약육강식 법칙에 지배된 힘의 논리를 지지했다. 그것이 지금까지 알고 또 알아왔던 미국 서부 개척시대다.1954년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는 1960년 미국의 존 스터지스 감독이 당대 최고 배우들인 율 브린너,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 등과 함께 ‘황야의 7인’이란 이름으로 리메이크해 지금까지 서부극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서부극이란 장르 자체가 미국 영화 시장에서 파생돼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갔지만 그 발생과 생명력의 원천은 어디까지나 할리우드에 뿌리를 박고 있었다. 그렇게 서부극은 전유물이란 독점적 지배권을 행사하면서 번성했고 그리고 반대급부로 급격하게 퇴색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올해 개봉을 앞둔 ‘매그니피센트7’은 어쩌면 흙먼지 휘날리는 서부극의 자생력이 다시 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규모의 영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대세로 자리한 영화계에서 서부극은 대척점에 선 장르였다. 인물간의 심리와 그것이 만들어 낸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슬로우 모션 속에서 벌어지는 표정 변화 묘미가 바로 서부극이 가진 장르의 맛 아니었나. ‘매그니피센트7’은 이 같은 서부극 장점에 기대지 않은 현대적 관점이 바라본 스케일이 돋보인다. 외형적인 면에선 분명 서부극이지만 지금의 젊은 관객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규모도 포기하지 않았다.영화는 ‘트레이닝 데이’(2001), ‘더블 타겟’(2007), ‘더 이퀄라이저’(2015) 등을 통해 자신만의 액션 색깔과 스타일을 구축한 안톤 후쿠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사실 이 지점부터 ‘매그니피센트7’은 차별성이 드러난다. 서부극은 노예 제도가 분명했던 시대적 배경이 함께 한다. 이 영화의 아이러니는 흑인 감독의 손에서 리메이크된 지점부터 출발한다.
이 영화의 원작인 ‘황야의 7인’ 속 무법자 7인은 모두 백인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인종의 혼합이 이뤄진다. 먼저 리더인 샘 치좀부터가 흑인 덴젤 워싱턴이다 여기에 백인과 멕시코 계열 인디언 그리고 나아가 동양 배우(이병헌)까지 등장했다. 후쿠아 감독은 실제 서부 시대에 인종의 혼재가 이뤄진 점에 주목해 이 같은 설정을 했다고 한다.원작과 차별성을 두는 가장 큰 지점은 또 있다. 여성 캐릭터의 활용법이다. 문화권을 막론하고 여성 캐릭터는 일종의 소비성이 전제돼 왔다. 특히 서부극의 경우 약자로 대변된 캐릭터가 여성의 전유물이었다. 주인공과의 로맨스는 부가적인 지점이었다. 이번 영화에서 유일한 여성 캐리터 엠마 컬른(헤일리 베넷)은 사실상 스토리의 시작과도 같다. 마을을 빼앗으려는 악당 보그 일당의 엄포에 유일하게 ‘대결’의 불꽃을 튀긴다. 마을에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샘 치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엠마다. 마을 사람 모두가 방관자로서 혹은 패배자로서 움츠려든 상태에서 유일하게 사건의 발생을 일으키는 장본인이 바로 그다.
서부극의 리케이크로서 현대적 관점이 첨가된 부분은 또 있다. 장르의 쾌감이 극대화된 총격전이다. 기존 서부극이 슬로우 모션 편집과 인물의 얼굴 클로즈업을 통해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치를 사용했다면 ‘매그니피센트7’은 그 반대다. 광범위한 전체적 풀 샷을 통해 대결의 규모를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정의의 무법자 7인 그리고 수십 명을 넘어선 보그 일당의 결투가 얼마나 처절했는지를 표현하는 장치로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점일 것이다. 물론 총격이 벌어지기 전 ‘클래식 서부극’에서 표현된 긴장감의 흐름은 ‘매그니피센트7’ 역시 외면하지 않고 첨가한다. 여기에 유일한 동양 배우 이병헌이 선보이는 단도 액션은 기묘한 이질감을 선보이면서도 묘한 어울림을 선사하는 이중성을 갖게 연출됐다. 국내 관객들에겐 가장 시선을 끌 요소가 바로 이병헌이 연기한 ‘빌리 락스’의 액션 시퀀스일 것이다. 그가 극중 에단 호크와 선보이는 브로맨스는 맛의 풍미를 더해주는 훌륭한 양념 느낌이다.
‘7인의 사무라이’와 ‘황야의 7인’을 감상하지 못한 영화팬이라면 ‘매그니피센트7’은 서부극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더 없는 만찬이다. 하지만 흙먼지 휘날리며 특유의 휘파람 BGM이 깔리는 서부의 속 ‘매그니피센트7’ 무법자 7인이 ‘왜 마을 위해 목숨을 걸었는가’는 원작과 리메이크가 선으로 나뉘어 지는 가장 큰 지점일 것이다.‘7인의 사무라이’ 속 주인공 미후네 도시로는 영화 마지막 말한다. “또 살아남았구나. 이번도 또 진 싸움이였구나. 이긴 것은 저 농부들이다. 우리들이 아니야”라고 말한다. ‘황야의 7인’에선 7인 중 한 명 스티브 맥퀸이 마을을 위해 목숨을 건 이유에 대해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고 시니컬한 속내를 전했다.
‘매그니피센트7’에선 앞선 두 편의 원작과는 다른 이유가 숨어져 있다. 이 이유가 133분의 러닝타임을 결정짓는 평가의 잣대가 될 듯하다. 앞선 두 편과 지금의 ‘매그니피센트7’이 다른 가장 큰 이유가 마지막 결말에 숨겨져 있다. 그 지점이 원작을 기억하는 팬들과 이번 영화에 환호하는 새로운 팬들의 잣대를 다르게 만들 것이다. 13일 전야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