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빙하가 녹아 무너지면서 밑을 받치고 있던 암반도 함께 붕괴했다. 녹아내리는 빙하에 쓸려 내려간 토사에서 마찰열이 발생하면서 빙하 붕괴는 속도를 더했고, 토석류가 지반을 향해 무너져 내리는 속도도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시속 167㎞로 밀려드는 토석류를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 일본의 연구 결과로 본 이번 네팔 대홍수·산사태의 원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2일 설빙에 의한 재해 연구에 정통한 니가타대학의 카와시마 카츠히사 교수의 연구 등을 토대로 네팔 대홍수·산사태의 원인을 이같이 분석했다. 카츠히사 교수는 “빙하가 녹으면 물이 스며들어 암반이 약해진다. 비바람에 노출되어 풍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암반 붕괴 후, 토사와의 마찰열로 빙하가 더 빠르게 녹으면서 토석류의 기세가 더 거세졌을 것이라 설명했다.
이번 대홍수와 산사태로 피해 지역을 덮친 토석류는 그 속도가 시속 167㎞에 달해, 약 8분 만에 발생 지역에서 22㎞ 떨어진 국경 검문소에 도달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사방학 전문가인 이와테대학의 이라자와 미치야 명예교수는 “일본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토석류의 5~10배 정도의 속도로, 차원이 다른 규모다”라고 말했다.
네팔 환경학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발생한 대홍수와 산사태는 해발 5200m 부근의 경사면에서 빙하와 암반이 1200m 아래까지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했다. 당시 방출된 에너지가 규모 5.2의 지진에 해당할 정도여서, 처음에는 미국 지질조사국이 지진으로 인한 빙하 붕괴로 착각하기도 했다.
대홍수는 네팔과 중국 티베트의 접경 지역에서 발생해 티베트에도 대규모 토석류가 덮쳤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현지시간) 이번 대홍수 원인에 대한 중국과학원 산하 산악재해 및 환경 연구소의 첫 연구 결과를 전하면서 토석류가 티베트 지룽항의 국경검문소를 덮쳤을 때의 속도가 초속 19m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시속으로 환산해 보면 68㎞에 달한다. 연구팀은 디지털 모델과 프레임 단위 분석을 사용해 원인을 분석하면서 “이 재난은 얼음 눈사태에서 토석류, 그리고 이류(mudslide)를 거쳐 마침내 홍수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전환 과정을 포함했다”면서 “얼음 눈사태 발생부터 지룽항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이 극히 짧았고, 효과적인 대응 시간이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홍수가 국경 검문소에서 52㎞ 떨어진 트리슐리강에 도달했을 때도 표면 속도가 초속 11.7m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계산했다. 아무리 빠른 사람이라도 이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한편, 이번 재해는 과학자들로 구성된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2019년에 냈던 보고서의 예측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보고서에는 온난화로 인해 고산의 빙하가 녹아 대규모 눈사태와 홍수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담겨있다. 당시 보고서 집필에 참여했던 일본 국립극지연구소의 에노모토 히로유키 특임교수는 “보고서를 재현한 듯한 재해”라며 “앞으로도 전 세계 설빙권에서 위험한 토사 재해가 일어날 것”이라 경고했다.
홍수 발생 8일째인 2일 기준 네팔에서의 사망자는 1058명으로 늘었다. 실종자는 4606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티베트에서는 최소 16명 사망, 546명 실종인 상태로 전해졌다. 양국의 인명 피해를 합산하면 사망 1074명, 실종자는 5152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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