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업급여 보험료율 1.8→2.0%

노동자·사업주 0.1%p씩 분담… 모성보호 지출 급증에 적자 폭증 여파

구직급여 월 하한액 약 176만원…2027년 기준

실업급여 주 7일→6일 지급으로 전환… 월 수령액 줄지만 총액은 동일

조기재취업수당 월 소득 300만 원 이상 제외 등 지출 효율화 병행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 창구 모습 [연합]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 창구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급증을 전망하는 가운데 내년 직장인과 기업의 고용보험료 부담을 올리기로 했다. 월급 300만원인 직장인은 보험료를 매달 3000원씩 더 내야 한다. 실직자가 받는 구직급여는 월 지급액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지급 방식을 주 7일에서 주 6일로 바꾸면 월 하한액은 2027년 최저임금 기준 약 176만원이 된다.

고용노동부는 1일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용보험 제도개편 방안’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노사·전문가가 참여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정부가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했다.

내년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은 현행 1.8%에서 2.0%로 0.2%포인트 오른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각각 부담하는 보험료율이 임금의 0.9%에서 1.0%로 인상된다. 월급 300만원인 노동자의 월 보험료는 2만7000원에서 3만원으로 늘어난다. 연간 추가 부담은 3만6000원이다. 사업주도 해당 노동자에 대해 같은 금액을 추가로 부담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국세수입을 584조4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415조4000억원보다 약 169조원 늘어나는 규모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소득세 증가 등으로 재정 여력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고용보험에 대한 일반회계 전입금은 올해 6000억원에서 내년 9000억원으로 3000억원 늘어난다. 증가율은 50%지만, 육아휴직급여 등 저출생 대응 비용을 정부 재정 지원만으로 충당하지 않고 보험료 인상을 병행하기로 했다.

저출생 국가책임 강화한다지만…노사정 분담 비율은 미정

정부가 보험료 인상에 나선 배경은 고용보험기금의 적자다. 국세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것과 별개로, 보험료를 주요 재원으로 하는 실업급여 계정은 모성보호 지출 증가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모성보호 급여 지출은 2022년 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3000억원으로 3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실업급여 계정의 재정수지는 1조8000억원 적자였다. 적립금은 1조8000억원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금 7조7000억원을 고려한 실질 적립금은 약 마이너스 6조원이다.

정부는 2028년 가칭 ‘일·가정 양립 계정’을 신설해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급하던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지출을 분리하기로 했다. 실직자 생계 지원과 저출생 대응 재원을 각각 관리해 한쪽의 지출 증가가 다른 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내년에는 인상된 보험료를 우선 실업급여 계정에 넣고, 2028년 새 계정이 만들어지면 보험료율 2.0% 가운데 일부를 이관한다. 새 계정에 넘길 보험료율은 모성보호 지출 상황 등을 살펴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출산전후휴가급여 등 사업주에게 지급 의무가 있는 급여는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계정으로 옮긴다. 고용보험기금은 현재 2개 계정에서 실업급여,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일·가정 양립 등 3개 계정 체제로 바뀐다.

정부는 저출생 대응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일반회계 전입금을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9년까지 정부가 얼마를 부담할지, 노사정이 어떤 비율로 재원을 분담할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노동부와 기획예산처, 노사가 업무협약을 체결해 구체적인 분담 원칙과 규모를 정할 예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도 내년 일반회계 지원을 50% 늘렸다며, 향후 협의 과정에서 저출생 대응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정 지원 규모를 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보험료 인상의 불가피성에는 노사도 공감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보험료는 더 내고 구직급여 월액은 줄어…총액은 그대로

구직급여는 월 지급액을 줄이되 총액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현재 주 7일 지급하는 구직급여를 무급휴일을 제외한 주 6일 기준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당 지급일이 하루 줄어드는 만큼 같은 기간 받는 구직급여는 감소한다.

노동부 설명에 따르면 지급 방식이 개편될 경우 월 구직급여 하한액은 2027년 최저임금 기준 약 176만원이다. 모든 수급자가 일률적으로 176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구직급여는 이직 전 임금 등을 토대로 산정하며, 176만원은 하한액을 월 단위로 환산한 금액이다.

다만 총 지급일수인 120∼270일과 총 지급액은 유지한다. 급여를 지급하는 날의 수는 그대로 두면서 매주 하루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 전액을 받는 데 걸리는 기간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총액이 같더라도 월 지급액은 감소하는 만큼 수급자의 당장 생활비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주 5일제가 도입된 뒤 임금과 구직급여 지급 기준이 달라진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5일 근무 노동자의 임금은 유급 주휴일을 포함한 6일분을 기준으로 산정하지만 구직급여는 7일분을 지급해, 최저임금 노동자가 일할 때보다 실직 후 더 많이 받는 사례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월 지급액을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80% 수준으로 맞추면서 재취업을 촉진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담 상담사를 통한 맞춤형 상담과 취업 지원도 함께 강화할 계획이다.

구직급여 상한액은 현재 정액 방식에서 하한액의 103%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하한액이 상한액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최저임금의 80%인 하한액 산정 비율 자체를 낮추지는 않는다.

조기재취업수당 지급 대상도 줄인다. 현재는 재취업 후 월 소득이 574만원 이상이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앞으로는 월 300만원 이상이면 수당을 받을 수 없다. 수당을 주지 않더라도 재취업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 대한 지원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노동부는 이번 실업급여 제도 합리화와 앞서 발표한 고용서비스 혁신 방안 등을 합쳐 약 1조4000억원의 지출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보험료 인상과 일반회계 지원 확대까지 더하면 내년 실업급여 계정의 재정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보험 적용 범위도 확대한다. 내년 1월부터 보험설계사·방과후 강사 등 4개 직종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이후 국세청에 소득이 신고되는 인적용역 사업소득자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원칙적으로 모두 적용하되 사업주를 특정하기 어려운 일부 직종만 예외로 제외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연내 법률 및 하위법령 개정을 목표로 후속 절차를 추진한다. 구직급여의 주 6일 지급과 일·가정 양립 계정 신설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입법 과정에서 정해진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