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한화오션·HD현대중공업·한국선급 공동 참여

극지 선박 설계 핵심 ‘빙–구조 상호작용’ 통합 플랫폼 개발

K-조선 기술 자립 도전

유빙 해역을 항해하는 빙해 선박에 대한 iFAST 시뮬레이션 결과 [인하대 제공]
유빙 해역을 항해하는 빙해 선박에 대한 iFAST 시뮬레이션 결과 [인하대 제공]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북극항로 개척과 극지 자원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조선업계의 새로운 경쟁 무대로 떠오른 극지 선박 시장을 겨냥해 국내 산학연이 핵심 기술 국산화에 나섰다.

인하대학교는 조선해양공학과 김유일 교수 연구팀이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와 한국선급(KR)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극지 운항 선박 핵심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공동연구의 핵심은 얼음과 충돌하는 선박이 받는 힘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선체의 반응까지 통합 분석할 수 있는 국산 해석 플랫폼 구축이다.

이번 연구는 인하대 김유일 교수 연구팀인 MDSL(Multidisciplinary Structural Mechanics Lab)이 주관한다.

연구진은 ‘iFAST(Ice Force Assessment Simulation Tool)’라는 통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빙하중 예측과 빙–구조 상호작용 해석 기술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극지 선박 기술에서 빙하중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선박이나 해양구조물이 얼음과 부딪힐 때 발생하는 충격과 힘을 정확하게 계산해야 적절한 선체 구조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얼음이 깨지는 과정과 이에 따른 선박 구조물의 반응을 함께 분석하는 기술은 쇄빙선이나 LNG 운반선, 극지 해양플랜트 등의 설계·검증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가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극지 환경의 특수성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일부 기술 분야에서는 해외 기술과 경험식에 의존하는 방식이 병행돼 왔다는 점이다.

인하대와 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3개 조선사가 이번 공동연구에 나선 것도 단순한 대학 연구 프로젝트를 넘어 향후 극지 선박 시장에서 독자적인 설계와 검증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북극 해빙 변화와 함께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극지 자원 개발 가능성까지 확대되면서 빙해 환경에서 운항할 수 있는 특수 선박과 해양구조물 수요도 커지고 있다.

LNG 운반선과 쇄빙선, 극지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둘러싼 기술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잘 만드는 조선업’을 넘어 극지 환경을 예측하고 선박 안전성을 검증하는 원천 기술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iFAST 개발에는 조선소와 선급, 대학 연구진이 각각의 역할을 맡는다. 조선 3사는 실제 선박 설계와 생산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적 요구를 반영하고 한국선급은 선박 안전 규정과 검증 기준 측면에서 개발 과정에 참여한다.

인하대 연구진은 구조응답 기반 하중 추정과 디지털 트윈, 복합 하중 환경 해석 분야에서 축적한 연구 역량을 활용해 핵심 알고리즘과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을 담당한다.

연구진은 실제 선박이나 해양구조물을 가상 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해 얼음의 파괴 과정과 선체 구조의 반응, 빙–구조 상호작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개발된 기술이 상용화 단계까지 이어질 경우 극지 선박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안전성 검증까지 보다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대학 연구실과 기업 간 공동개발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조선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대형 조선 3사와 선박 안전성 검증기관인 한국선급이 연구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면서 연구 성과가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될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김유일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조선소와 선급, 학계가 함께 극지 대응 기술을 개발한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크다”며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석 플랫폼을 구축해 극지 운항 선박과 해양구조물 분야에서 K-조선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gilber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