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소계 표백제부터 항생제·반도체 소재까지, 국산화 첨병
- 새로운 2040 비전 선포, “세상의 질문에 화학으로 답한다”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항생제·반도체 소재까지 화학기술 국산화 첨병 역할을 맡아온 한국화학연구원(KRICT)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화학연은 1일 대전 본원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고 지난 반세기 연구성과를 돌아보는 한편 미래 50년을 향한 새로운 ‘2040 비전’을 선포했다.
화학연은 지난 1976년 국내 기업 136개가 뜻을 모아 세운 ‘민간주도형’ 연구소로 출범했다.
서울 종로구 임시 사무소에서 출발한 화학연은 이듬해 대전 대덕으로 자리를 옮겼다. 1978년 제1호관을 시작으로 불과 4개 동의 건물에서 부족한 인력과 장비를 가지고 산업현장에 필요한 화학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화학연의 50년은 핵심 소재·공정기술의 국산화 역사와 궤를 같이했다.
1984년 산소계 표백제 개발을 시작으로 1994년 폴리부텐 제조공정, 2005년 고기능성 폴리이미드 소재 등 당시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핵심 기술을 국산화했다.
1996년 국산 1호 신농약 ‘선봉’을 개발했고, 2004년에는 세계 최초 이미페넴 항생제 복제약 ‘프리페넴’을 선보였다. 2021년에는 에이즈 치료제 ‘아이노베린’ 개발로 성과를 이어갔다.
국가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화학기술을 앞세워 해결사 역할에도 나섰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내 소재 공급망에 비상이 걸리자 불소계 소재인 PVDF 제조공정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신속 진단키트 개발에 나서 국가 감염병 대응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첨단바이오 등 미래 산업으로 연구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화학연이 개발한 생분해 플라스틱 기술은 지난해 말 베트남에 연산 7만톤 규모 공장을 준공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활용하는 건식 개질 기술 역시 세계 최초 연산 8000톤 규모 생산설비 구축으로 연결됐다.
차세대 태양전지로 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잇달아 기록하며 기술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화합물은행 등 국가 연구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가운데 이차전지와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분야 총괄기관을 맡고 있다. 올해 ‘KRICT인 상’을 받은 말기 희귀 혈액암 치료제는 글로벌 임상 2상에 진입했다.
화학연은 이날 미래 50년의 방향을 담은 새로운 ‘2040 비전’도 공개했다.
새로운 비전에는 ‘세상이 답을 찾지 못할 때, 우리는 화학으로 답한다(Chemistry, Find Ways Beyond Now)’는 의지를 담았다.
미래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FIND’다. ▷미래대응(Foresight) ▷지능화(Intelligence) ▷연결·융합(Network) ▷공공 헌신(Dedication) 등 4대 핵심가치의 앞글자를 따왔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연구방식을 재정의하고 산·학·연과 국내외 연구기관을 연결하는 융합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국가·산업이 직면할 미래 난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해결하는 역할도 강화한다.
신석민 한국화학연구원장은 “화학연의 역사는 묵묵히 일한 구성원 모두의 긴 호흡의 산물이며 50주년은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헌신한 모든 구성원의 기념일”이라며 “앞으로도 세상이 답을 찾지 못할 때 화학으로 답을 찾아 대한민국 화학산업의 대전환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