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비가 금속을 녹슬게 하는 건 물 때문이라고 여겨져 왔다. 그런데 물 뿐만이 아니라 빗방울이 나뭇잎이나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며 모은 정전기도 금속을 녹슬게 하는 원인 중에 하나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빗물이 금속을 망가뜨리는 원인으로 물리적 충격이나 산성 성분만 꼽혀왔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저절로 전기를 가지게 된 물방울이 금속의 보호막을 전기적으로 파괴해 부식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막스플랑크 고분자연구소 뤼디거 베르거와 한스위르겐 부트 연구팀은 전기를 띤 물방울과 띠지 않은 물방울을 같은 금속판에 떨어뜨려 비교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정전기 띤 물방울은 금속에 부식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전기를 띠지 않는 물방울 3000개를 주사기에서 곧바로 떨어뜨려 얇은 코팅이 된 구리 시료에 맞히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확인 결과 표면은 떨어뜨리기 전과 차이가 없었다.
이번에는 50도로 기울인 표면 위에서 4㎝ 미끄러뜨린 뒤 구리 시료로 떨어뜨렸다. 사용한 표면은 사무실 화분에서 딴 잎, 건축자재로 쓰는 PVC 보드, 창문에 쓰는 플라스틱판, 물을 튕겨내는 발수 코팅을 입힌 유리를 사용했다.
물방울은 실험에 사용된 표면들을 흘러내리는 동안 전기를 얻었고, 구리 시료에 떨어지자 부식이 나타났다. 부식은 얇은 코팅을 뚫고 구리까지 파고들었다.
연구팀이 물방울에 담긴 전기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확인해 보자 미끄러져 내려온 직후 물방울이 가진 전기가 100이라면, 시료에 부딪히는 순간 90이 구리로 넘어갔다. 튕겨 나간 물방울에 남은 것은 1도 되지 않았다.
절연체라도 견딜 수 있는 전기에는 한계가 있다. 절연 성능을 넘어서는 전기가 들어오면 절연체를 관통할 수 있다. 한꺼번에 쏟아진 전기가 코팅을 뚫고 구리까지 닿은 셈이다.
물방울에 담긴 정전기로 뚫을 수 있는 두께는 코팅 종류에 따라 머리카락 굵기보다 얇은 10~50마이크로미터로 계산됐다. 다만 수십 수백개의 물방울이 떨어지면 눈에 보일 정도로 부식이 발생했다.
소금물에 담그는 것보다 셌다
금속은 물에 오래 닿아 있기만 해도 녹슬기 때문에 물방울에 담긴 전기가 부식을 발생시키는 게 아닐 수 있다는 반문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한쪽에는 전기를 띤 물방울을 떨어뜨리고, 다른 쪽은 같은 농도의 소금물에 4시간 담그는 방식으로 비교해 봤다.
이후 얇은 코팅이 얼마나 남았는지 재보니 전기를 띈 물방울을 떨어뜨린 곳이 소금물에 담가둔 쪽보다 더 부식이 심했다. 물방울을 수 시간 동안 떨어뜨린 경우에서는 1㎜가 넘는 부식도 생겼다.
연구팀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충격도 빼기 위해 전기를 띈 물방울을 떨어뜨리지 않고 흘려보내는 방식도 시도해 봤다.
3000번을 반복하자 물방울이 흐른 판에 도랑 같은 흠이 발생했다. 부딪히지 않고 흘러내리기만 해도 부식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실험실에서 만든 시료로 진행된 것이며, 실제 건물이나 배, 자동차에서 이런 부식이 얼마나 일어나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코팅이 충분히 두꺼우면 이 방식으로는 뚫리지 않을 수 있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한편, 전기를 띤 물방울은 구름과 천둥번개, 파도, 분수, 폭포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다. 화학·제약 공정처럼 액체를 뿌리는 산업 현장에서도 발생한다.
참고논문
DOI : 10.1038/s41586-026-10941-6
논문 정보 : Ni, Z., Li, X., Ratschow, A.D. et al. Spontaneously charged water drops induce corrosion. Nature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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