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상승률 2년7개월만 ‘최고’

상당 기간 목표수준 상회 오름세 전망

물가·경기 보고 추가인상 시기·속도 결정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유혜림 기자] 한국은행이 3년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두 번 연속 인상한 것은 물가 상승세 확산 방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와 함께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으로 ‘중기적 시계’ 체제로 물가상승률을 관리하겠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동시에 물가와 경기 흐름에 주목해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은 성장·물가·부동산 등 주요 지표가 여전히 긴축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만장일치 의견으로 금리를 높였던 지난달 회의 때보다는 물가 압력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점점 높아지는 수요측 물가 압력에 대한 적극 대응한 것이다. 기준금리 동결 소수의견이 1명에 그친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소비자 물가를 보면 이란 전쟁 이후 불거진 공급발(發) 물가 압력은 차츰 잦아드는 흐름이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기 확장세가 점차 수요측 물가 압력으로 옮겨붙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석 달 만에 2%대로 떨어졌다. 수입물가는 최근 두 달 연속 하락했고, 생산자물가도 지난달 11개월 만에 하락했다.

반면 신현송 한은 총재가 강조한 근원물가는 7월 2.6% 오르며 2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찍었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 중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지표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준다.

한은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국면이 해소되더라도 높은 경제 성장세에 따른 수요측 압력이 앞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임금과 소비가 늘면서 물가가 상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요 쪽 압력은 공급 충격과 달리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지금 물가를 눌러야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현송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서 “물가는 그간 높아진 비용압력의 전이가 지속되고 소득 여건의 개선에 따른 수요측 압력도 점차 커지면서 상당 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물가 경로에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내수 개선 속도 및 임금 상승세 확산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제 성장세는 더욱 단단해졌다. 2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는 전기 대비 0.6% 성장했다. 앞선 한은 전망치(0.2%)의 세 배 수준이다. 특히, 국민의 실질 구매력 지표인 실질 GDI(국내총소득)는 3.6% 증가하며 실질 GDP 성장률을 6배가량 웃돌았다. 전년 대비 증가율(15.6%) 기준으로는 1988년 1분기(16.4%) 이후 38년여 만에 가장 컸다. 경기 흐름이 탄탄한 만큼 금리를 올리더라도 실물경제에 주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성장경로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높여 잡았다. 한은은 지난 2024년 11월 올해 전망치를 1.8%로 처음 제시한 뒤 지난해 5월 1.6%로 낮췄다. 이후 11월(1.8%), 올해 2월(2%), 5월(2.6%) 등 연이어 높였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1%에서 2.9%로 대폭 높였다. 그만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성장세가 내년까지 경제를 끌어올릴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신현송 총재는 “국내 경제는 반도체 경기 호조의 영향으로 수출과 투자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소득 여건 개선에 힘입어 소비 회복세도 점차 확대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성장경로에는 반도체 경기의 확장 및 내수 파급 정도, 중동사태 전개상황 및 통상환경 변화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다”고 말했다.

금융안정 불균형도 인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종합(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09% 올랐다. 상승률은 4월(0.55%)부터 4개월 연속 오르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2분기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 또한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돌파했다. 신현송 총재는 “수도권 주택가격은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고 가계대출도 상당폭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고공행진해온 원/달러 환율은 차츰 하향안정화하는 흐름이다. 1500원대에서 오르내리던 원/달러 환율은 7월 들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환율(주간종가 기준)은 1397.7원으로 약 11개월 만에 1300원대로 하락했다. 다만 앞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상단 기준)의 기준금리 격차는 1%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0.25%포인트 더 좁혀졌다. 2022년부터 이어지는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고환율의 근본 원인 중 하나인 만큼, 이번 금리 인상은 환율에 추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현송 총재는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주요 가격변수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됐다”며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 완화 등으로 외환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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