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뢰 제거 공동프로젝트 단계적 추진
호르무즈 쟁점 ‘자유통항→관리권’ 이동
美제재에 실효성 의문…중재노력 지속
트럼프 “美가 기뢰 모두 제거” 주장에
이란 “해협 들어오면 표적 될 것” 경고
이란과 오만이 25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내에 ‘임시 공동 해상 통로 개설’과 ‘기뢰 제거 공동 프로젝트’ 등을 추진, 해협 재개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테헤란에서 바드르 알 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회담한 후 ‘이란-오만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두 장관은 각국의 주권과 주권적 권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안전한 해상 운항을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어 실질적이고 실행할 수 있는 ‘단계적 프레임워크’를 논의하는 데 주력했다.
양측이 제안한 단계적 프레임워크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임시 공동 해상 통로를 개설하는 방안과 해협 내 기뢰 제거에 공동으로 나서는 안이 포함됐다. 해협 중앙에는 이란이 매설한 기뢰의 위험이 있어, 선박들이 이란 영해에 바짝 붙어가거나 오만 영해 쪽으로 붙어가야 했다. 이란은 오만 영해 쪽 항로를 택하는 선박들을 ‘프로토콜’ 위반을 이유로 공격하기도 했다.
양국은 향후 영구적인 해상 통로 구축과 해협의 장기적 관리 방안을 비롯해 정보 교환 체계 구축, 해상 교통 관리, 관련 해상 및 보안 서비스 제공 등에 대한 합의를 마련하기 위해 실무 기술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란은 이번 회담의 성과를 전하며 페르시아(걸프)만에 접해있는 이웃 국가 간 협의를 강조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란 의제에서 미국을 배제한 채 자국의 외교 성과로 내세우면서,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을 과시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X)에 오만 외무장관과 파키스탄군 최고사령관을 각각 만난 사실을 전하며 “평화와 안정을 향한 이란의 의지는 이웃 국가들과의 확고한 외교와 궤를 같이한다”고 게시했다. 그는 게시글에서 “파키스탄과 오만 측 인사들과의 회담에서는 역내 해법이 강조됐다”고 설명했고 “새로운 통로 개설과 공동 기뢰 제거, 그리고 향후 호르무즈 해협 관리를 위해 제안된 프레임워크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이를 역내 국가와 외교의 성과로 부각했다.
이란은 이번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쟁점을 ‘관리권’의 개념으로 자연스럽게 옮겨놓기도 했다. 기존에 해협에 대한 논점이 ‘봉쇄냐 개방이냐’였던 것이 ‘누가 관리하느냐’로 옮겨간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과 오만이 논의해 온 협상안에는 이란이 통제하는 항로를 통해 선박들이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고 오만이 통제하는 항로를 통해 빠져나오는 방안이 포함됐다. 선박 안전과 해양 환경 보호 등을 명목으로 서비스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 같은 체계가 현실화하면 이란은 호르무즈를 다시 개방하는 대신 선박 통행과 항로 운영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국제사회가 요구해 온 자유 통항을 수용하면서도 호르무즈에 대한 영향력을 일정 부분 제도화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란의 관리 권한을 미국 등 서방이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일지는 변수다. 이날 합의로 중재 노력은 일부 진전을 이뤘지만 이는 호르무즈 해협이나 그 주변의 자유로운 통행 재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이 전날 이란을 경제제재 강화로 굴복시키겠다며 ‘경제적 왕따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들고나온 시점에서 이번 이란과 오만의 호르무즈 재개방 합의가 어느 정도 실효성을 가질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재무부는 디지털 자산, 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대 핵심분야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다른 국가에 2차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대이란 제재를 전날 발표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American territory)’라고 수차례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해협 내 기뢰를 모두 제거했다며, 향후 기뢰를 설치하려는 선박은 모두 파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수역에 있던 모든 기뢰가 제거 및 폭파됐다는 보고를 방금 미 해군으로부터 받았다”면서 “이란에는 새 기뢰를 설치하는 어떠한 선박도 즉각적이고 체계적으로 파괴될 것이라는 통보를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주군을 통해 해협의 구석구석을 감시하고 있다”며 해협 내에 기뢰를 설치하려는 시도를 저지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는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만과 합의에 이른 이란은 미국 측 주장을 ‘선전용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이날 국영 IRIB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실제로 기뢰를 제거했다면 왜 여전히 어떤 선박도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만약 미국의 기뢰 제거함(소해정)이 이 지역에 진입한다면 우리에게 아주 훌륭한 표적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가리바바디 차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미국은 자신들이 위반한 모든 의무를 전면적으로 이행해야만 한다”며 지난 6월 합의했던 종전 양해각서(MOU) 내용을 이행하라 촉구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