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 개입에 달러 3개월래 최저…금값 3.6%↑

전문가 “재정·물가 우려 여전…미봉책 일뿐”

미국 재무부가 19일(현지시간) 장기 국채 바이백(재매입) 규모를 최소 2배 확대한다고 전격 발표하자, 국채 금리가 일시 하락했다. ‘바이백 2배’ 선언은 미 장기 국채 금리가 19년만에 최고치까지 급등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월가에서는 장기 국채 금리 급등의 구조적 원인은 해결하지 못한 미봉책일 뿐이고, 조치의 결과도 ‘새발의 피’라고 지적했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고금리가 ‘뉴노멀(새로운 표준)’인 시대로 진입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재무부는 이날 장기 국채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바이백 규모를 회당 20억달러(한화 약 2조7754억원)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두 배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백 규모 확대 대상은 10∼20년물과 20∼30년물 구간이다. 이는 다음달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시행한다.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존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방식이다. 특정 만기 구간의 유동성을 높이고 시장 기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재무부의 바이백 2배 확대 발표에 3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9bp(1bp=0.01%포인트) 떨어진 5.2% 안팎으로 내려왔다.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인 지난 18일(현지시간) 5.3%대까지 올라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재무부가 바이백 확대에 나서자, 시장은 이를 장기금리 급등에 대응하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존 브릭스 북미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금리가 지나치게 상승하면 재무부가 이에 맞서려 할 것이고, 이제 어디가 고통을 느끼는 지점인지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이번 바이백 확대가 장기채 시장의 단기적인 압력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은 될 수 없다는 ‘회의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 장기채 금리 급등의 구조적인 원인은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와 이란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새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등이 꼽힌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대형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도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조적인 원인을 ‘수술’하지 않고 바이백을 2배로 확대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미국의 금융사 스테이트 스트리트 인베스트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 로리 하이넬은 “수익률(금리)에 가해지는 다른 압력에 비하면 바이백 2배 계획은 ‘새발의 피(drop in the bucket)’”라 일축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예산 및 조세 연구원인 제시카 리들은 “10년물과 30년물 수익률은 수십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수준”이라며 “재무부는 특히 선거를 앞두고, 이를 정치적 문제로 만들지 않기 위해 시장에 급하게 개입한 것일 뿐”이라며 행정부의 대응이 중간선거에서 악재를 만들지 않기 위한 응급조치라 평가했다.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부의장 마크 소벨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채 금리 급등 압력을 덜어내려면,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서는 근래의 국채 고금리 움직임을 두고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장기금리가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시대로 접어드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PGIM의 로버트 팁 크레디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현재 상황에 대해 “기본적으로 정상화”라고 말했다. 향후 고금리의 ‘뉴노멀’이 열릴 것이란 예측이다.

재무부가 국채 바이백 확대 조치로 장기 국채 금리를 일시 진정시킨 이후, 달러화와 금값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0.8% 떨어진 98.84까지 내려갔다. 이는 지난 5월 14일 이후 최저치다.

반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값은 이날 오후 6시30분(현지시간) 기준 3.6% 오른 온스당 4490달러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5월 29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날 은값도 전날보다 4.8% 오르며 금과 같이 강세를 보였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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