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송하준 기자] 유가증권시장에서 오너 일가의 승계 작업과 맞물린 ‘주인 교체’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들어 LX홀딩스와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최대주주가 오너 2세로 변경된 데 이어 한화그룹에서도 인적분할을 계기로 3세들의 사업 영역이 뚜렷하게 나뉘면서 독자 경영 체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상속·증여에 따른 세 부담과 지배력 유지가 승계 과정의 주요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정부가 가업승계 관련 세제 개편에도 나서면서 상장사들의 지배구조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최대주주가 변경된 코스피 상장사는 7곳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8곳이었다. 올해 1~7월에는 코스피 39곳, 코스닥 83곳으로 코스닥이 코스피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달 코스피에서는 오너 일가의 승계와 맞물린 최대주주 변경이 눈에 띈다. LX홀딩스와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오너 2세로 지분 승계가 이뤄졌고, 한화그룹은 인적분할을 계기로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맡는 사업 영역을 나누며 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오너 일가의 승계 과정에서는 상속·증여에 따른 세 부담과 지배력 유지가 지분 이동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대주주는 상속세 부담과 지배력 유지를 동시에 관리하기 위해 블록딜, 자사주 활용, 인적·물적분할, 지주사 전환, 우호지분 재편 등의 수단을 복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현행 유산세 체계가 유지되는 환경에서는 승계 직전 지배구조를 손보려는 압력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LX홀딩스에서는 오너 2세로의 지분 승계가 본격화하고 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장남 구형모 LX MDI 사장에게 LX홀딩스 주식 610만주를 증여하면서 지난 10일 최대주주가 구본준 회장 외 15명에서 구형모 사장 외 14명으로 변경됐다. 구 회장은 다음 달 11일 381만5000주를 추가로 증여할 예정이다.
증여가 마무리되면 구 사장의 지분율은 24.68%로 높아지고 구 회장의 지분율은 7.24%로 낮아진다. 구 회장이 아직 경영 일선에 있는 만큼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지주사 지분 승계에는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LX그룹은 2021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이후 인수합병(M&A)과 투자를 통해 외형을 키웠다. 그룹 자산총액은 계열분리 전인 2020년 7조1799억원에서 지난해 말 13조3500억원으로 85.9% 늘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서도 창업주 강덕영 대표가 장남 강원호 대표에게 주식 80만주를 증여하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강원호 대표의 지분율은 13.09%(208만3400주)에서 18.12%(288만3400주)로 높아졌다. 지난해부터 강 대표가 장남에게 증여한 주식은 총 200만주다.
한화그룹에서는 인적분할과 맞물려 3세 경영 구도가 한층 선명해졌다. ㈜한화가 존속법인과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한화M&S)로 인적분할하면서 한화비전과 한화갤러리아의 최대주주가 기존 ㈜한화에서 신설 지주사로 바뀌었다.
존속 한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한화생명 등 방산·조선·에너지·금융 계열사가 남고, 신설 지주사에는 한화비전·한화세미텍·한화로보틱스와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기계·반도체 장비·로봇 및 유통·서비스 계열사가 편입됐다.
이번 인적분할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이 나뉘는 시점과 맞물렸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방산·조선·에너지 사업을, 김동원 부회장이 금융 부문을, 김동선 사장이 유통·레저·로봇 등의 사업을 각각 맡는 구조다. 특히 김동선 사장이 이끄는 테크·라이프 부문이 신설 한화M&S에 편입되면서 3세들의 독자 경영 체제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너 일가의 승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도 승계 관련 세제를 손질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기존 최대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내놨다. 대신 공제를 받기 위한 경영기간을 현행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고 상속 후 사후관리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강화했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역시 경영기간 요건을 20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담겼다. 가족에게 물려주는 가업승계뿐 아니라 제3자에게 사업을 넘기는 경우에도 세제지원을 신설했다.
제도 변화가 향후 오너 일가의 지분 이동과 지배구조 재편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원활한 가업승계를 통해 지배구조의 안정화 및 적극적인 신사업 투자와 차별화된 연구개발(R&D) 전략 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가치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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