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신·수사기관 의심정보 공유 확대
AI플랫폼으로 7009개 계좌·663억 차단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이 자금세탁 수단으로 외화계좌 등 대포통장을 활용하는 신종 수법을 잇따라 동원하자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포통장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서울 우리은행 본점에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경찰청·국세청·금융감독원·금융보안원과 주요 금융회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금융권 보이스피싱 근절 협의회를 열고 향후 대응과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본지 8월 18일 1면 상품권 조이자 ‘외화계좌’로…보이스피싱 자금세탁 신종수법’ 참조>
금융위는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포통장 실태를 파악하고 확인된 계좌에 대해 법무부·국세청·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새 대포계좌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살펴보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금감원이 상품권을 이용한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판매 한도를 낮추자 최근 피싱 조직들은 ‘외화계좌’를 새로운 통로로 삼기 시작했다.
금융·통신·수사기관 사이의 보이스피싱 의심정보 공유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일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시행되면서 각 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 플랫폼(ASAP)’을 통해 공유하고 계좌정지와 통신차단, 수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법 시행 이후 통신사들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전화번호 등 100여건의 정보를 ASAP에 공유했다.
금융회사들도 통신사와 수사기관에서 전달받은 정보를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에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심계좌뿐 아니라 원격제어 악성 애플리케이션 설치 여부나 신규 휴대전화 개통 등 여러 정보를 함께 활용해 의심거래 탐지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오는 10월 1일부터는 보이스피싱 자금이 가상자산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된다.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의심거래 탐지와 계좌정지, 피해자금 환수 등이 가능해진다.
ASAP을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은행권에서 공유된 보이스피싱 의심정보는 46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를 바탕으로 7009개 계좌가 지급정지됐으며 금융위는 663억6000만원의 피해를 사전에 막은 것으로 파악했다.
권 부위원장은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점검과 제도개선을 병행 추진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부처·기관·업권 간 협업의 깊이를 더해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금융범죄 피해를 줄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이스피싱 등으로 악용돼 적발·동결된 대포통장 계좌는 해마다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금융감독원 ‘채권소멸 사실공고’ 공시에 따르면 올해 3월에는 처음으로 동결 대포통장 계좌가 4500건을 웃돌면서, 2년 전 월평균 1500여건 대비 3배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ri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