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물량 가장 적은 내년에 집중투입
고가주택 보증문턱 낮춰 이주비 지원
주거 PF규제 한시 완화…지방부실 관리
은행·증권 등 자금 유도, 공급병목 해소
금융당국의 이번 주택공급 금융대책은 정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공적보증을 대폭 확대해 착공을 앞당기고, 부실 사업장에는 정상화 자금을 투입해 사업 재개를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향후 5년 가운데 착공예정 물량이 가장 적은 2027년에는 PF 공적보증을 33조원까지 늘려 공급 공백을 최소화한다. 여기에 주거사업장 PF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2년 유예하고 보증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민간 금융권의 자금공급까지 끌어들여 주택 공급 과정의 자금 병목을 풀겠다는 구상이다.
▶규제는 미루고 보증은 넓히고…공급 발목 잡던 빗장 푼다=금융위원회가 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은 사업성이 있는 정상 PF 사업장에 공적보증을 대폭 확대해 자금 공급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PF 보증은 올해 23조원, 2027년 33조원, 2028년 30조원으로 확대한다. 특히 2027년 착공예정 물량이 24만9000호로 향후 5년 가운데 가장 적은 만큼 내년에 보증을 집중 공급한다.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규제 완화 카드도 꺼내들었다. 2027년 시행 예정이던 부동산 PF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2029년 시행으로 2년간 미루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규제안은 PF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2027년 5% ▷2028년 10% ▷2029년 15% ▷2030년 20%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담고 있었다. 제2의 레고랜드 사태 등 PF발(發)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사업 초기 자본을 두텁게 쌓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주택 공급 확대라는 당면 과제가 앞서면서 주거사업장에 대해서는 이같은 조치를 한시 유예하기로 했다. PF 부실 우려에 대해 금융위는 “PF 전체 부실 상황을 보면 비주거·지방 PF 사업장 부실이 컸다는 점을 고려해 주거사업장에 한정했다”며 “아파트뿐 아니라 주택, 주택건설 사업장, 준주택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공적보증, 12억 초과 고가주택까지=보증제도 개선과 정비사업 지원 강화도 함께 담겼다. 브릿지론을 본PF로 전환해 조기 착공을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존 보증제도에서는 고가주택(12억원 초과)이 보증 대상에서 빠져 있었으나, 앞으로는 동일 단지 내 12억원 초과 주택의 토지비 등 사업장 공통비용까지 보증한다. 보증한도를 현실화해 본PF 전환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자체 조치인 만큼 즉시 시행된다. 수요 측면에서는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담대 한도를 2억~4억원으로 묶어두는 등 고가주택 대출을 계속 조이면서, 공급 측면에서는 같은 고가주택 사업장에 공적보증을 대주는 구조다.
또한 ‘주택 70% 이상’이던 보증요건은 ‘주택+준주택(오피스텔·기숙사 등 주택 외 건축물 가운데 주거시설로 쓸 수 있는 시설) 70% 이상’으로 완화한다. 이는 오는 31일 주금공 내규 개정을 통해 시행된다.
정비사업 지원책은 세 갈래다. ▷시공순위 50위 이내 중소형건설사를 중심으로 보증수수료를 0.1%포인트 낮춘 정비사업 대출(사업비·분담금·이주비) 보증상품을 내년 1월 신설하고 ▷이주비대출 담보인정비율(LTV) 산정 기준을 현행 종전자산평가액에서 종전자산평가액과 종후자산평가액 중 큰 금액으로 오는 31일부터 바꾼다. ▷이주비대출(한도 6억원, 규제지역 LTV 40%)만으로 이주비가 부족한 경우를 위해 시공사·조합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조합원에게 추가로 빌려주는 ‘추가 이주비대출’(사업자대출) 보증상품도 내년 1월 신설한다.
이 가운데 이주비대출 LTV 산정방식 변경은 규제 비율을 건드리지 않고 대출 한도를 늘리는 방식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종후자산평가액은 정비사업이 끝난 뒤 신축주택의 가치 추산액으로, 통상 종전자산평가액보다 크다. 규제지역 LTV 40%라는 비율은 그대로 두되 분모가 되는 담보가치를 키워 조합원이 빌릴 수 있는 이주비를 늘리는 셈이다.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자금지원도 강화한다. 준공 후 임대사업장의 운영자금 보증상품을 신설해 임대주택가액의 90%(LTV) 이내에서 대출을 지원한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임차보증금은 차감한다. 임대사업자의 사업자금 대출은 ‘단기·변동금리’에서 ‘장기·고정금리’로 바꿔 비용 지출 안정성을 높인다. 임대주택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근거를 마련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 장기고정금리 대환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2027년 중 추진된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매매·임대사업자 주택담보대출 예외사유도 넓힌다. 현재 해당 지역에서 사업자 주담대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주택을 신규 건설하는 경우 ▷공익법인인 경우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여기에 ▷신축 비(非)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 ▷비아파트 신축을 목적으로 멸실 예정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가 추가된다. 새로 열어준 두 갈래가 모두 비아파트라는 점에서 아파트에 집중된 공급을 다세대 등으로 넓히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체감까지는 시차가 있다. 이번 대책의 34개 세부과제 가운데 이달 중 추진되는 것은 기관 자체 조치 등 15개, 연내 시행은 7개다. 나머지 12개는 법 개정과 예산 조치가 필요해 2027년으로 넘어간다.
▶“주택공급도 생산적 금융”…민간 돈줄까지 끌어온다=금융권을 상대로는 주택공급 분야 PF 자금공급 확대를 독려한다. 은행 5곳·증권사 5곳 등 10대 금융사와 건설업계가 참여하는 정례 간담회를 즉시 가동한다.
금융위는 주택공급 자금지원이 정부 기조인 ‘생산적 금융 전환’과 배치되지 않는 생산성 높은 활동이라고 규정했다. 그간 정부는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 재배치를 추진해 왔지만, 실제 주택을 공급하는 PF 자금은 생산적 금융에 부합하는 영역으로 본 것이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다양한 규모·신용도를 고려한 시장안정프로그램을 통해 건설사 회사채와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의 안정적 조달을 지원한다. 중동 상황이 불거진 올해 3~7월 업종별 회사채 등 매입 규모는 건설이 1조7500억원(20.1%), 유통 1조3700억원(16.0%), 석유화학 1조2200억원(14.3%)이었다.
애로 해소 창구도 만든다. 금융감독원에 ‘PF 금융애로 해소센터’를, 산업은행에 ‘건설사 금융애로 해소센터’를 각각 설치하고 캠코·주금공·금융권 및 건설업계 협회 등과 핫라인을 가동한다. 보증상품 안내, 캠코펀드·신디케이트론 매칭 등 실질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 신속 애로해소 지원센터, 국무조정실 신속공급 추진 태스크포스(TF) 등 기존 유관조직과도 연계해 공급 병목을 푼다는 방침이다. 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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