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연금 자산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그렇다고 정기예금으로 돌아가자니, 이번엔 주가 상승 흐름에서 소외될지 걱정된다. 이른바 ‘포모(FOMO)’다. 이 딜레마를 풀어줄 실천적인 운용전략이 있다. 바로 ‘핵심-위성 전략(Core-Satellite)’이다. 이 전략은 연금 자산을 ‘핵심 자산(Core)’과 ‘위성 자산(Satellite)’ 두 축으로 나눠 운용한다. 태양을 중심으로 행성이 돌고, 그 주위를 다시 위성이 도는 우주의 구조에서 따온 이름이다.
핵심 자산은 포트폴리오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목표는 시장의 장기 성장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S&P500이나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ETF, 여러 자산에 고루 투자하는 자산배분형 펀드나 타겟데이트펀드(TDF)가 여기에 해당한다. 위성 자산은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초과 수익을 노리는 공격적인 역할을 맡는다.
개인투자자를 위한 최초의 인덱스 펀드를 선보인 뱅가드 창립자 존 보글(John Bogle)은 이 전략을 ‘진지한 돈(Serious Money)’과 ‘재미로 하는 돈(Funny Mone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는 “자산의 95%는 광범위한 시장 인덱스 펀드에 ‘진지한 돈’으로 묻어두라”고 했다. 시장을 이기고 싶은 충동이 들거나 개별 종목에 베팅하고 싶다면, 전체 자산의 5% 미만으로 제한한 ‘오락용 계좌’ 안에서만 하라는 취지다.
장기 투자인 연금 자산운용에서 핵심-위성 전략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안정성과 수익성의 균형이다. 연금 투자의 가장 큰 적은 롤러코스터 같은 변동성이다. 핵심 자산이 70~80% 비중으로 하방을 방어해주면, 위성 자산에서 다소 큰 변동이 생기더라도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희석된다.
둘째, 비용 효율성이다. 연금은 길게는 수십 년을 유지하는 계좌다. 운용 보수는 복리로 누적되므로, 핵심 자산을 보수가 매우 저렴한 시장 대표지수 펀드나 ETF로 채우면 평균 운용 비용이 크게 낮아진다.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는 투자를 20~30%의 위성 자산에만 한정하면, 비용 대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셋째, 유연한 시장 대응력이다. 핵심 자산은 굳건히 유지하면서, 경제 사이클이나 메가트렌드 변화에 따라 위성 자산만 전술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위성에 원자재를, 기술 혁신 시기에는 AI 테마 ETF를 편입하는 식이다. 포트폴리오 전체를 뜯어고칠 필요 없이 위성만 갈아 끼우면 되므로, 잦은 매매에 따른 거래 비용과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당장 자신의 연금 계좌에 이 전략을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자신의 투자 성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핵심과 위성의 비중을 정해야 한다. 보수적인 성향이라면 핵심 비중을 80~90%로 무겁게, 조금 더 공격적이라면 70% 선으로 설정하면 된다. 투자는 길고 지루한 멘탈 싸움이다. 시장의 변덕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핵심’을 중심에 닻처럼 내리고,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유연하게 좇는 ‘위성’을 띄워보자. 거센 시장의 풍파 속에서도 소중한 연금자산은 목적지를 향해 흔들림 없이 순항할 것이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상무 경영학(연금금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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