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총재 “근원물가 더 중요하게 봐”
물가 기조적·장기적 추이 파악에 용이
2차 파급 효과 나타나…수요측 압력↑
금리 연속 올리나…한은 안팎 이견도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한국은행의 물가 경계감은 여전하다.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둔화했으나 근원물가는 오히려 상승 폭을 키웠기 때문이다.
근원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지표다. 유가나 날씨 같은 외부 변수의 영향을 덜 받아 물가의 장기적이고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기조적 물가’ 또는 ‘추세 물가’로도 불린다.
10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해 5월(3.1%) 이후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반면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2.6% 올라 6월(2.5%)보다 상승 폭이 0.1%포인트 확대됐다. 2023년 12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2019년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 2%를 물가안정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1998년 물가 안정목표제 도입 당시에는 근원인플레이션을 기준으로 삼았다. 외환위기 당시 일시적인 외부 충격을 배제하고 통화정책으로 제어할 수 있는 추세적 물가 흐름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두 지표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소비자물가는 포괄성과 인지도가 높고 유가·농산물 가격을 포함해 체감물가에 가깝다. 반면 외부 충격에 민감해 통화정책이 일시적인 가격 변동에 과도하게 대응하도록 만들 수 있다. 근원물가는 공급 충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물가 압력을 판단하는 데 유리하다.
프레더릭 미시킨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유가나 곡물 가격 상승은 수요 요인이 아닌 만큼 금리를 올려도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근원물가 중심의 정책을 주장해왔다. 공급 충격으로 흔들린 소비자물가는 결국 근원물가 흐름으로 되돌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논리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근원물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 총재는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 근원물가를 잡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근원물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7월 세부 지표를 보면 개인서비스 물가는 3.5%,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 물가는 4.1% 올랐다. 보험료(13.4%)와 공동주택관리비(3.5%), 자동차수리비(6.1%), 전세(1.1%), 월세(1.2%) 등 한 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경직성 품목도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 상승의 여파가 다른 품목으로 번지는 2차 파급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한은은 유가 상승 압력이 완화하더라도 임금 상승과 내수 회복 등 수요 요인이 근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소득 증가가 소비 확대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분기 대비 3.6%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0.6%)을 크게 웃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6% 늘어 198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 총재가 GDP보다 GDI를 중시하는 것도 소득 증가가 물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리 인상 기조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이란전쟁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다가 나중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도 지금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내년에는 오히려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며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 기조를 못 박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수요측 요인이 얼마나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향후 추이를 두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은은 27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2분기 ‘깜짝’ 경제성장률과 7월 근원물가 고공행진 등을 앞세워 연속 인상을 단행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벼리 기자
kimsta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