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에 2분기 영업손실 8350억 ‘사상 최대’
매출 3분기만에 증가 전환…역대급 수준 근접
활성고객수 2470만명…와우회원 사고前 회복
3분기엔 인천 화재 손실 3500억원 반영 예정
대만선 새벽배송·쿠팡이츠 비식품 배달 시작
“시험대에도 흔들리지 않아…고객 감동 목표”
[헤럴드경제=강승연·김진 기자]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과징금으로 8000억원 넘는 역대급 영업적자를 냈다. 다만 매출과 고객 수가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도 “고객 지출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향후 매출 성장과 수익 반등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새벽배송을 시작한 대만 시장과 쿠팡이츠 등 신사업도 기대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돌팡족’ 덕에 매출 성장세…고객 수 ‘사상 최대’ 수준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5일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말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떠났던 고객이 돌아오면서 매출이 성장했다고 밝혔다. 2분기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88억5600만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3분기(92억6700만달러)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원화 환산액은 13조3007억원으로, 원화 기준으론 사상 최대치다. 사고 여파로 인한 매출 감소세도 3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려놨다.
김 의장은 2분기 매출이 환율 변동을 제외한 고정환율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것이라며 전망에 부합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매출은 74억2500만달러(약 11조151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고정환율 기준) 성장했다.
프로덕트 커머스의 1인당 매출은 약 45만2060원(301달러)으로 집계됐다. 달러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지만, 고정환율 기준으로는 5% 성장했다.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 수는 247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전분기 대비 3% 증가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고객 지출 대부분은 변동이 없고, 이들의 지출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지출이 감소한 고객은 일부로, 대부분 고객이 복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고 이후 이탈했던 고객들이 돌아와 이전 지출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료 멤버십이자 핵심 고객인 와우 멤버십 회원 수가 사고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신규 고객도 유입되면서 회원 수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그는 “사고 기간 이탈해 아직 복귀하지 않은 고객을 제외한, 전체 고객 지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했다”며 “이는 사건 발생 전인 작년 2분기 프로덕트 커머스 성장률(17%)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6% 성장률과 이번에 보고된 프로덕트 커머스의 8%의 성장률 격차는 주로 돌아오지 않은 고객군의 지출 공백에 기인한다”며 “이 고객들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급 손실에도 “우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 6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 6246억원은 2분기 영업손실 5억5600만달러(약 8350억원)로 이어졌다. 1분기에 이어 2개분기 연속 영업손실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이다. 적자 규모는 2021년 2분기(5억1500만달러·5773억원)를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과징금을 제외할 경우 영업손실은 1억4600만달러(약 2192억원) 수준이라고 쿠팡Inc는 밝혔다.
과징금과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반영되며 2분기 판매관리비(OG&A)는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난 30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분기 총 영업비용은 94억1200만달러로 매출을 넘어섰다. 조정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1억6300만달러로 전년(4억2800만달러) 대비 62% 감소했다.
거랍 아난드 쿠팡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일시적으로 증가한 마케팅 지출, 성장사업 투자, 데이터 사고 이전 예상 수요 곡선에 맞춰 설정한 비용 구조에 따른 영향”이라며 “확대된 마케팅 및 프로모션 비용은 구조적 변화가 아닌, 성장을 가속하기 위한 단기적인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마진 측면에서 이번 차질을 극복하고 있다”며 “작년에는 시험대였지만 흔들리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15년 전에 확보한 가장 오래된 고객군 지출이 가입 첫해 대비 10배 수준으로 지속 증가하는 점, 이후 유입된 고객군 지출이 더 높은 수준으로 늘어나는 점, 신규 고객군이 지속적으로 합류하는 점 등 3가지 추세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연휴 등 계절적 요인으로 하반기 회복세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며 내년 이후 사고 이전 수준의 성장률과 마진 구조로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다. 쿠팡Inc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실적 보고서에서 3분기에 인천 석남동 물류센터 화재에 따른 2억4600만달러(약 3500억원) 손실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국세청에서 통보받은 추가 납부 세액 2억800만달러(약 3000억원)도 향후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아난드 CFO는 3분기 연결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8~9%(고정환율 기준)로 제시했다. 3분기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마진은 전년 동기 대비 3~4%포인트 축소될 것으로 봤다. 프로덕트 커머스 분야에선 조정 EBITDA 마진이 내년 중반께 사고 이전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장사업 부문의 경우, 대만 내 리테일 사업 투자 영향으로 조정 EBITDA가 올해 9억5000만~10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의장은 “지갑 점유율, 즉 한국 리테일 지출에서 차지하는 침투율은 미국 같은 시장의 글로벌 동종업체들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로켓배송 확대를 통해 신규 구매수요·고객을 끌어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AI(인공지능)에 대해서는 “AI가 승수효과를 내고 있다”며 고객 경험에 AI를 적용해 서비스 품질 향상 및 생산성 증대, 서비스 비용 절감을 이루겠다고 언급했다.
대만도 ‘새벽배송’…쿠팡이츠 비식품 배달 시동
쿠팡이 신성장동력이자 제2의 한국 시장으로 키우고 있는 대만 시장에서는 배송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대만에선 유일하게 주 7일·익일 배송을 구현한 데 이어 최근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했다. 향후 로켓배송 적용 상품군을 확대해 대만 시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의장은 “한국에서 새벽배송을 출시하는 데에는 물류 여정을 시작한 지 4년이 소요됐지만, 대만은 불과 1년 만에 달성했다”며 “한국에서 10년 넘게 축적한 기술 및 프로세스 혁신, 디자인·시스템·운영 매뉴얼·배송 ‘플레이북’을 그대로 계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공급망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네트워크에 거래량이 증가하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실현돼 대만 손익 구조가 한국에 개척한 길을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팡이츠는 출시 이후 4배 이상 커진 음식 배달 시장의 포화를 극복하기 위해 비식품 분야 배달을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온디맨드 배달 서비스인 로켓나우를 키우기 위해 초기 투자 단계를 밟고 있다. 대만 로켓배송·파페치·쿠팡이츠를 아우르는 성장사업 부문 2분기 매출은 14억3100만달러(약 2조149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0%(고정환율 기준 24%) 성장했다.
또 성장사업 조정 EBITDA 손실은 2억1900만달러로 전년보다 7% 줄었다. 아난드 CFO는 성장사업의 매출 총이익률이 15.8%인 점을 언급하며 “성장사업 부문이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로 나아가는 길을 계속해서 입증하고 있고 매출 총이익률은 전년 및 전분기 대비 모두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우리 목표는 처음부터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스스로 묻게 될 만큼 감동을 자아내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가 추가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 진출 시장에 그 기준에 부합하도록 만들어갈 기회가 있다”고 의지를 강조했다.
최근 12개월 누적 영업현금흐름은 14억달러로 전년 대비 4억8400만달러 감소했다. 잉여현금흐름은 1억500만달러로 같은 기간 6억7900만달러 줄어들었다. 2분기 잉여현금흐름 역시 5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9% 급감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성장사업 투자 증가 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반영했다.
이날 쿠팡Inc는 2분기 중 총 2320만주(약 4억5900만달러) 규모의 클래스A 보통주를 자사주 매입했다고 밝혔다. 쿠팡Inc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본 배분 전략 일환으로 1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승인했다고 알린 바 있다. 쿠팡Inc는 “주주들에게 장기적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때마다 자본을 탄력적으로 배분하는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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