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미적 金의원 경찰 수사 심의위 열리나
국수본부장 “수사 완결성 높이려 보완 지휘”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경찰이 김병기 무소속 의원(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지 11개월째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찰 수사의 신속 종결을 촉구하는 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원의 전직 보좌진 A씨는 전날 경찰의 신속한 송치 종결과 처분 지연에 대한 경위 공개를 요청하는 취지의 수사심의위 요청서를 서울경찰청에 제출했다. A씨는 김 의원의 쿠팡 해고 외압 의혹(업무방해·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해자이자 텔레그램 무단 탈취(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의혹을 고소한 당사자이다.
요청서를 보면 A씨는 경찰이 김 의원에 대한 신병 확보에도 나서지 않고 처분을 미뤄 온 점에 대해 “수사상 필요가 아닌 경찰 지휘부의 권력 눈치 보기 등 다른 사정에 의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심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김 의원의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 특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수사기관이 정치적 파장을 이유로 처분을 주저해 온 것은 아닌지 심의해 달라”고 말했다.
A씨는 요청서에 김 의원과 피해자들의 “현저한 지위의 불균형”을 언급하면서 “수사가 지연될수록 김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과 자원을 이용해 (사건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거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의위에 직접 출석해 처분 지연이 미치고 있는 피해 등에 대한 보충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에 따르면 경찰 수사관은 수사 과정에서 그에게 ‘정권에서 김병기의 위치가 어떻게 되느냐’며 김 의원의 정치적 입지를 묻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또 A씨는 지난 6·3 지방선거와 오는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등 주요 정치 일정과 경찰의 처분 시점이 맞물리며 결정이 미뤄져 온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수사기관의 처분은 정치적 유불리와 무관하게 오로지 법과 증거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향후 수사권을 독점하게 될 경찰은 공정성과 독립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함에도 특정 정치 일정을 의식해 처분을 반복적으로 지연해 온 것이라면 이는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으로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청서에 적었다.
A씨는 요청서에서 경찰이 김 의원 장남의 국가정보원 채용 특혜 의혹 등 주요 의혹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지난해 6월 언론에 공개된 녹취에는 김 의원 배우자 이모씨가 이헌수 당시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장남의 채용 문제를 논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통화 넉 달여 뒤 김 의원의 장남은 국정원 경력직으로 채용됐다.
A씨는 “김 의원의 13개 의혹 각각에 대해 송치 또는 불송치로 판단한 근거와 그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 즉 수사 담당자 의견과 지휘부 검토 결과, 특히 국수본 지휘 내용 등이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라고도 했다.
앞서 김 의원 차남의 숭실대 편입학 특혜 의혹(업무방해 혐의)을 고발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지난달 31일 경찰에 수사심의위를 열어달라 요청하면서 “수사 능력이 아닌 다른 사정으로 지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고 있다”고 했다.
경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사건 관계인의 요청에 따라 개최될 수 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는 수사 절차와 결과의 적정성·타당성 등을 심의한다. 서울경찰청은 오는 11일 김 의원과 무관한 별도 사건에 대한 심의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의원 관련 사건들에 대한 심의위 개최 요청은 현재 검토 단계에 있다.
경찰은 수개월째 김 의원 사건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도 김 의원 수사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수사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보완 지휘를 하는 단계”라고 재차 밝혔다. 홍 본부장은 늑장 수사 지적에 대해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보완할 내용 많다”면서 “중요한 인물 사건일수록 경찰의 역량을 평가받는 사건이 되기 때문에 그 완결성을 높이려는 게 지휘부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ari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