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겹살 담합 업체 6곳 기소
이마트 납품가 공유해 가격 형성
개인 소통 넘어 단체방까지 개설
공정위 조사 시작되자 증거 인멸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대표적 서민 음식인 삼겹살 공급가를 담합한 육류 유통업체 9곳이 검찰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졌다. 이 업체 영업팀 직원들은 서로 텔레그램 대화방 등을 운영하며 대형 마트 납품가를 비슷하게 맞추는 수작을 부렸다. 검찰은 이들의 담합 때문에 돼지고기 판매가가 약 20% 오르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
이정호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 부장검사는 4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 청사에서 열린 검거 브리핑에서 “돼지고기 납품 가격을 담합한 돼지고기 유통업체 6개 사와 각 회사 임직원 1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도드람푸드 등 대형 돼지고기 유통업체 9개 사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이마트에 납품하는 가격을 임의로 담합했다. 담당자들은 각 업체가 얼마에 납품할지 미리 합의했고, 이마트에 제시한 견적가 정보도 교환했다. 이를 바탕으로 납품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게 유지했다. 담합에 가담한 9개사 중 폐업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적극 협조한 3개사는 기소를 피했다.
이어 “규모가 총 1조2000억 원에 이른다”며 “담합 적발 이후 2024년 대형마트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하락한 점을 볼 때 담합으로 인해 돼지고기 가격 상승의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됐다”고 덧붙였다.
이마트는 지난 2017년 8월께부터 각 업체의 견적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체들이 선의의 가격 경쟁을 펼쳐 소비자가를 최대한 낮추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육류 공급업체들은 오히려 뒤에서 자기들끼리 입을 맞췄던 것이다.
검찰이 공개한 당시 업체 직원들 간 대화 내용에는 “과장님 이번 주부터 일반육하고 같이 공유 가능하세요? 어차피 지난 것이라서 저희 거는 보내드릴게요” 등 상호 가격 정보 공유를 암시하는 대화 내용도 있었다.
이들은 소통하며 이마트에 제출하는 돼지고기 견적가격의 변동 폭을 합의했다. 실제로 검찰이 공개한 내용 중에는 A사가 “삼겹살 1만8000원, 목심 1만4000원 이상으로 하자”고 제안하고 다른 업체들도 동의하는 과정을 통해 실제로 업체들이 제출한 견적 가격은 ‘1만7500원~1만8000원’으로 형성됐다.
처음엔 주로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소통했으나 2021년 말부터는 대범하게 텔레그램에 단체대화방까지 개설했다. 이 공간을 활용해 수시로 가격 정보, 시장 동향을 공유하고 납품가격을 담합했다. 이 커넥션을 구축한 뒤에는 각 사 후임자에게 짬짜미 행위를 인계하거나 신규업체가 납품을 시작하는 경우에도 담합에 끌어들여 불법 행위를 이어왔다.
업체들은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받는다. 2023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조사를 벌이자 다른 사업자들과 담합을 모의한 대화 자료, 경쟁 업체 가격 정보를 기재한 회사 내부 자료 등을 삭제해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이 단체로 활동했던 대화방 관리자는 ‘그룹삭제’ 기능을 사용해 단체 대화방 내용 전체를 삭제했다.
실제로 한 업체의 법무팀 직원이 영업팀장에게 “물량이나 재고, 단가 인상 시점 등을 얘기한 카톡방이나 텔레그램 내용이 있으면 다 없애셔야 한다”고 당부하는 통화 내용도 공개됐다.
검찰은 앞으로도 경쟁 질서를 해쳐 국가 경제를 교란하는 각종 공정거래사범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서민 경제에 큰 폐해를 초래하는 담합을 근절할 수 있도록 이 사건의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담합 범행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행위자에 대해서는 계속 엄정 대응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20k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