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추가 대책으로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Flexible Leverage)’ 구조를 제시했다.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는 등 변동성이 극심해지고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손실이 커지자, 정부가 관련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배율 사례 등을 감안해 긴급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이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내놓은 대책이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지난 24일 운용 규모(Capacity)가 시장 여건에 따라 크게 변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가변 레버리지 구조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시장과 상품의 운용 여건에 따라 다음 거래일 목표 배율을 일별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운용사는 최대 2배, 인버스 상품은 최대 -2배 범위 안에서 다음 거래일 목표 배율을 정할 수 있다. 운용사는 다음 거래일 적용할 목표 배율을 매 거래일 장 마감 후 자사 홈페이지와 홍콩증권거래소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상품명에도 유연 레버리지 기능과 최대 레버리지 배율을 함께 표시한다.
홍콩 CSOP자산운용은 SFC 개정안을 근거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투자 목적 및 상품명을 변경한다고 지난 27일 공시했다. CSOP자산운용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한 운용사다.
CSOP자산운용은 다음달 3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가변 레버리지 구조를 적용한다. 회사는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레버리지(2배)·인버스(-2배) 추종을 목표로 하지만, 운용 제약이나 비용 부담이 발생하면 배율을 낮출 수 있다”면서 “극단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레버리지 상품은 최저 1.1배, 인버스 상품은 최저 -1.1배까지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FC는 이번 개정안이 투자자의 상품 특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발행사의 운용 유연성을 높여 지속가능한 시장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 정치권에서 제시한 배율 축소 방안과 차이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산하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는 지난 22일 본지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목표 배율을 기존 2배에서 1.5배 등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고정형 방안은 기존 2배 상품의 목표 배율을 1.5배 등으로 낮춘 뒤 이를 계속 유지하는 방식이다.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상품의 손익 변동 폭을 줄일 수 있고 투자자도 목표 배율을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홍콩식 가변 레버리지는 평상시에는 기존 2배 구조를 유지하다가 시장 충격이 커지거나 리밸런싱에 필요한 유동성, 선물·옵션 포지션 한도 등 운용 여건이 악화될 때 목표 배율을 낮춘다. 시장이 안정되면 다시 2배로 높일 수 있어 운용의 유연성이 크다.
정부가 홍콩 사례를 직접 언급한 만큼 비상 상황에서 금융당국이나 운용사가 배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변동형 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두 방식 모두 이미 상장된 상품의 목표 배율을 변경하는 만큼 수익자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88조 제2항에 따르면 수익자의 이익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을 변경하려면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한다. 출석한 수익자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된 수익증권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변경이 가능하다.
정부가 언급한 ‘법적 근거 마련’도 이 같은 제도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레버리지 상품의 목표 배율 조정을 수익자총회 의결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별도 근거를 마련해야 실제 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는 목표 배율 변경 등 투자전략 변경을 수익자총회 의결 대상이라고 해석해왔다”며 “이를 법 개정 사안으로 볼지, 유권해석으로 해결할지 논란이 있지만 전날 회의에서 정부가 법적 근거 마련을 언급한 것을 미루어 볼 때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보완 방안 발표 및 추진에도 추가 대책까지 검토되는 것은 최근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 때문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지난 28~29일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동반 발동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하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손실도 크게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는 전날 아시아 트레이딩 전략 보고서에서 국내 기초자산 레버리지 ETF 잔고가 지난달 22일 525억달러를 정점으로 현재 190억달러(약 56조3007억원)까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씨티는 “주목할 점은 손실이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62억달러의 신규 설정이 유입됐다는 것”이라며 “이를 반영하면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ETF에서 입은 누적 손실은 약 387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제 개인투자자의 투자 비중도 압도적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약 92%를 개인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에 나섰다.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는 전날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대표와 유동성공급자(LP)를 담당하는 증권사 임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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