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송하준 기자] 이번 국내 증시 급락장에서 가장 크게 흔들린 것은 코스닥이 아니라 코스피였다.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는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코스닥보다 두 배 이상 발동될 정도로 가격 변동이 컸다. 증권가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가운데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가 겹치면서 지수 변동성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는 서킷브레이커가 9차례 발동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4차례에 그쳤다. 지수가 장중 8% 이상 급락할 때 발동되는 서킷브레이커는 발동 자체가 이례적인 장치다. 역대 코스피에서는 총 15차례, 코스닥에서는 14차례만 발동됐는데, 올해에만 각각 9차례와 4차례가 발생했다.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사이드카도 코스피는 43차례, 코스닥은 27차례 발동됐다. 통상 변동성은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큰 편이지만 올해는 정반대 양상이 나타났다. 지수가 이례적으로 급등한 데 이어 급락까지 반복하면서 코스피의 변동성이 코스닥을 크게 웃돌았다.
코스피가 유독 크게 흔들린 배경에는 반도체 편중 구조가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2242조3688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4669조1014억원)의 48.03%를 차지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6월 22일에도 두 종목 비중은 55.67%에 달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안팎이 두 종목에 집중된 만큼 양대 반도체주가 동시에 급락하면 지수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코스피가 실제 다른 시장보다 더 크게 흔들렸다는 점은 시장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증시 급등락 시 상승하는 변동성지수(VIX) 기준으로도 코스피의 충격은 주요국보다 컸다. 코스피의 변동성 지수는 지난 5월 27일 이후 일평균 86.2를 기록했다. 닛케이평균(33.9)의 2.5배, S&P500(17.3)의 5배 수준이다.
실제 외국인 매도도 두 종목에 집중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29일까지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27조6904억원, 삼성전자를 18조7629억원 순매도했다. 두 종목에서만 46조4533억원 규모의 매물이 쏟아진 셈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규모는 51조9239억원으로, 전체 순매도의 89.46%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이 같은 매도세는 하나의 악재가 아니라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의 침지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개발과 창신메모리(CXMT)의 생산능력 확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부각되며 메모리 공급 확대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이후 차익실현 심리도 확산했다. 미국에서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일본에서는 도쿄일렉트론과 키옥시아, 대만에서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주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수 비중이 워낙 큰 탓에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최근 거래가 급증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본주가 급락한 지난 29일에도 레버리지·인버스 16개 종목의 거래대금은 15조원으로 전날 8조2000억원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이는 이날 ETF 전체 거래대금 41조5371억원의 36.1%에 달하는 규모다. 전날인 28일 비중(34.2%)보다도 높아졌다. 개인투자자들의 저가 매수 자금이 개별 종목보다 레버리지 ETF에 집중되면서 ETF 거래가 급증했고, 이 과정에서 현물시장 변동성도 함께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증시 급락의 충격은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집중됐다. 29일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최근 증시 조정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품 투자로 약 387억달러(약 56조2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씨티그룹은 이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품의 시가총액이 지난달 22일 약 525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190억달러 수준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투자 주체도 대부분 개인이라는 점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92% 정도를 개인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증시 급락은 레버리지 ETF와 파생상품 거래, 외국인의 바스켓 매도가 낙폭을 키운 측면이 크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지수 비중이 큰 종목이 동시에 크게 움직이면서 코스피 변동성이 아시아 주요 증시보다 더 확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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