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금조달계획 6만1425건 분석

전체 거래대금 57조 넘겨…평균 9.3억

부동산 매각액 19조, 대출은 13조원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사고 판 주택 거래대금이 57조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기존 부동산을 처분하고 새 집으로 갈아탄 자금이 약 19조로,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으로 묶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15억원 초과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로 제한했지만,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를 막지 못했다. ▶관련기사 4면

27일 헤럴드경제가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서울 25개 자치구 주택취득자금 조달계획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에서는 총 6만1425건의 자금조달계획서가 제출됐다. 이들이 매수한 주택의 시가총액은 약 57조2486억원 수준으로, 건당 평균 9억3200만원에 거래됐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월부터 개정된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체결되는 주택거래는 내외국민을 불문하고 전원이 자금조달계획서와 입증 서류를 내야 한다.

상반기에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서 내역을 뜯어본 결과, 부동산 거래대금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금의 출처는 갈아타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6만건이 넘는 전체 거래의 60% 수준인 3만6857건이 기존 부동산 처분대금 18조8000억원으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적었다. 이는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금 12조900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더 나은 한 채’를 위한 갈아타기 자금이 대거 부동산에 유입됐음을 보여준다.

자기자금에서 부동산 처분 대금 다음으로 높은 금액을 차지한 건 주식·채권 매각대금(4조5000억원)으로, 25%에 해당하는 1만5968건이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고 답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도의 급등세에 힘입어 코스피가 상반기에 크게 오르자, 주식 시장에서 4조원이 넘는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이 막히자 부모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이른바 ‘엄빠찬스’를 쓴 이들도 전체 26%인 1만6341건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부모로부터 증여·상속받은 금액은 3조6000억원에 달했다.

그 외에도 주택 매수자들은 사내대출 등 회사 지원금을 통해 2562억원, 지인에게 빌려 쓰는 ‘그 밖의 차입금’으로 1333억원 등을 조달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도 높은 대출규제를 시행했음에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잠재우지는 못했다고 평가한다. 지난 상반기 부동산 시장이 매매·전세·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트리플 상승’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기존 부동산을 처분하고 더 나은 집으로 갈아타는 데 주식·채권 매각대금 그리고 증여·상속, 임대보증금 등 다양한 자금 조달 창구가 동반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역별로 살펴보면 일부 지역선 주택을 매입하는데 동원된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금융기관 대출금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고가주택이 밀집된 강남구의 경우 6개월간 총 2267건 중 910건이 주식·채권 매각대금으로 주택을 매입했다고 적어냈는데, 총 금액이 7383억원에 달했다. 이는 1232건에 기재된 금융기관 대출액(4774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서초구 역시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6175억원으로 금융기관 대출액(3811억원)보다 많았다.

정부가 매수하려는 집값이 비쌀수록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수요를 억눌렀지만, 자산가들이 주식을 팔아 더 집값이 많이 오를 곳으로 이동하고자 하는 흐름은 막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의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5억9490만원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던 지난해 10월(14억6132만원)보다 1억3358만원 상승했다.

이종욱 의원은 “정부가 대출을 조이면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의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만 게속됐다”며 “‘내 집 마련’이 절실한 무주택자와 실수요자의 진입장벽만 높인 셈”이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정부는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고 서울·수도권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공급확대 및 전월세 시장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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