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제보자 만들어 거액 신고 포상금 받은 혐의도

검찰, 특가법상 알선수재·뇌물 혐의 등 적용해 기소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연합]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압수된 고가 와인을 진열용 가짜 병(더미 보틀)으로 바꿔치기해 주겠다며 수천만원의 현금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 세관 공무원들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대리 박향철 형사6부장)는 지난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뇌물) 혐의 등으로 서울세관 조사정보과 정보팀장 A씨와 총괄기획팀장 B씨를 각각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A씨에게 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 사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 2023년 8월 와인업계 종사자 C씨에게 ‘밀수품으로 압수된 와인을 폐기 전 더미 보틀로 바꿔치기한 뒤 판매하면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바꿔치기하려면 지휘를 내릴 검사와 세관 창고장에게 로비 자금으로 현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현금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는다.

같은 해 12월 C씨에게 ‘압수물인 와인을 바꿔치기해 넘겨주고 고액 밀수 신고 포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라는 명목으로 현금 4000만원을 요구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도 있다.

또 A씨는 2022년 3월 관세포탈 사건을 동료 세관 공무원으로부터 제보받았는데도 본인 여동생이 제보한 것처럼 허위 밀수신고서 등을 작성해 담당자에게 제출하고 포상금 명목으로 7500만원을 받은 혐의(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도 받는다.

아울러 A씨는 이듬해인 2023년 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자 허위 밀수신고서를 근거로 제보자에 대한 포상 신청을 하게 하고, 민간인 관세포상 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정부로부터 포상금 명목으로 7500만원을 수수한 혐의(사기·위계공무집행방해)도 적용됐다.

지난해 1월 제보를 받아 수사에 나선 서울경찰청은 같은 해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A씨, B씨 등 사건 관련자 조사와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지난 3월 A씨,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2차례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검찰은 A씨, B씨가 현금 3000만원을 받은 사실관계를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도록 법리검토 내용을 적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이후 지난달에는 영장 청구 전 면담 과정에서 공모진술을 명확히 하고 이들의 구체적 주장 내용을 확인해 탄핵하라고 보완수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 보완수사를 거쳐 검찰은 지난달 A씨,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각각 청구했고 법원은 영장심사를 진행한 뒤 두 사람에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경찰과 협력해 구속영장 신청 범죄사실에 법리적 검토를 지원하고 범죄사실에 맞는 죄명과 법리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기록만으로는 명확하지 않았던 A씨와 B씨의 주장 내용을, 직접 면담을 통해 구속영장 청구 전 보완해 A씨, B씨 구속영장이 모두 발부됐다고도 밝혔다.

검찰은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와 압수물 처분 지휘 필요성도 강조했다. 검찰은 압수된 와인 379병 중 363병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환부하라고 지휘했다. 바꿔치기를 할 수 있는 와인이 16병으로 줄어들게 돼 A씨, B씨와 C씨의 바꿔치기 계획이 무산됐다는 설명이다.

안동건 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이날 “압수물을 환부해버리니까 바꿔치기할 와인이 16병으로 줄어들게 돼 예상 이익을 얻지 못하게 됐다. 이에 B는 ‘본인이 포상금심사위원회 간사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밀수 제보 포상금을 많이 받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등으로 400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다”라고 했다.

이어 “압수물인 와인을 수사지휘로 환부하게 되면서 범행 계획이 무산돼 사건화될 수 있었던 사안으로, 현행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사의 압수물 처분에 관한 권한 및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존재했기 때문에 범행이 밝혀질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로 출범하는 공소청의 시행·운영 근거가 되는 공소청법에서는 검사의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감독 권한이 삭제된다. 검찰은 검사의 수사지휘·감독이 특별사법경찰관 직위를 악용한 부패범죄를 방지하고 인권·적법절차를 보장하기 위한 검사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공소청법에는 특별사법경찰관리에 수사지휘·감독 권한이 삭제돼 부패 범죄 등이 암장될 우려가 높다. 현재 발의된 일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압수물 처분 주체를 검사가 아닌 사법경찰관으로 변경해 검사를 주체에서 배제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압수물은 몰수 등 형 집행 대상일 뿐만 아니라 증거물에 해당하므로 공소제기와 유지, 형 집행을 담당하는 검사가 최종적으로 압수물을 처분해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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