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을 포함한 60개국에 10~12.5%의 ‘강제노동 관세’를 확정했다. 한국은 일본 등과 함께 사실상 12.5% 기준이 적용된다.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도입한 ‘10% 글로벌 관세’의 만료를 불과 7시간 앞두고 이를 대체하는 새 관세가 나온 것이다.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유입을 막고 공정한 무역 환경을 만들기 위한 조치라는 것인데, 대부분의 무역국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관세 체계가 가동된 셈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강제노동 여부를 기준으로 6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영국·인도·멕시코·캐나다 등 17개국에는 10% 관세를, 한국·일본·호주·중국 등 나머지 국가에는 12.5% 기준을 적용했다. 다만 한국과 일본은 기존 최혜국 관세율이 12.5%에 미치지 못하는 품목에 한해 부족한 만큼의 강제노동 관세를 더해 최종 관세 부담이 12.5%가 되도록 했다. 반대로 기존 관세율이 이미 12.5% 이상인 품목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한국 측은 강제노동 방지와 노동권 보호 노력을 미국 측에 설명해왔지만 최종 판단에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 자체만 놓고 보면 한국의 관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미국은 이미 강제노동 문제와 함께 구조적 과잉생산과 불공정 지원 정책에 대한 301조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주된 대상은 중국이지만, 미국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다른 국가와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역시 철강·배터리·반도체 등 주요 전략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경쟁의 한복판에 있는 만큼 관련 동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과잉생산 문제까지 관세 대상으로 확대될 경우 기업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지난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통해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를 이끌어낸 만큼, 추가 관세가 이 합의의 틀을 흔들지 않도록 15% 상한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라고 판단할 경우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강력한 수단이다. 적용 대상과 기간에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고 강제노동뿐 아니라 과잉생산, 보조금, 공급망 문제 등 다양한 사안을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은 통상 마찰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취약 요인을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 노동 환경이 국제 기준에 맞는지 살피고 보조금 정책과 산업 지원 체계, 공급망 등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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