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 “수사 완결성 위해 살인죄 우선 송치 지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임세준 기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광주 고교 2학년 이채원 양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각종 비위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과 검찰이 지난 21일 밤 늦게까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장윤기의 살인 사건과 직전에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분리해서 수사하면서 장씨를 강간살인이 아닌 살인으로 혐의를 축소해서 송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들이 사건을 분리 처분한 배경에 국수본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수사의 칼끝이 경찰 최윗선을 향하게 됐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전날 오전 6시15분부터 밤 8시까지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사무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국수본 관계자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수본 특별수사단도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밤 11시50분까지 같은 장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수사 무마 의혹이 국수본에까지 미치자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21일 “살인 사건과 성폭력 사건을 한번에 송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살인 사건을 1차적으로 송치하되 성폭력 관련 수사 기록을 첨부하도록 수사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분리 송치를 지시한 취지로는 “살인 사건에 대한 수사 완결성을 확보하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장윤기의 범행 동기 중 성적 목적 부분에 관련해서는 정황 증거들은 있지만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는 수사팀의 보고가 있었다”면서 “혐의 확정과 관련한 국수본의 지시는 없었다”고도 강조했다.

장윤기 수사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장이던 박모 경정 측은 국수본의 지시에 따라 살인 혐의로 송치했다는 입장이다. 박 경정의 법률 대리인은 21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이후 “외압은 없었다”면서도 “살인 사건과 성범죄 사건을 병합하지 말라는 국수본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광산서 수사 지휘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국수본의 분리 수사 지시와 관련한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검은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경찰청 내부 메신저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국수본은 장윤기 수사 관여 가능성이 있는 광주경찰청 소속 인원들을 배제하기 위해 국수본의 수사인력으로 특별수사단을 구성하고 중립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수사가 국수본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특별수사단은 국수본 형사국 소속 인원들은 수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ar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