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 검토를 직접 언급한 이후,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이어왔다.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수렴된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은 대체로 처벌 강화에 우호적이다. 하지만 국가의 백년대계인 청소년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대중적 분노에 기댄 정서적 대응이 과연 최선인지 우리는 차분히 되짚어봐야 한다.
우리가 촉법소년 문제에 강력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는 계기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소수의 잔혹한 강력범죄다. 미디어를 통해 투영된 소년범들의 영악함은 대중에게 “더 이상 아이들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러나 자극적 단편에 매몰돼 전체 통계와 객관적 실체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냉정하게 통계를 살펴보면, 연령을 낮춰 얻으려는 ‘응보적 정의’의 무게가 소년법이 추구해 온 ‘교정과 보호’라는 입법 취지보다 과연 더 무거운 것인지 의문이 든다.
현재의 보호처분 대신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과연 그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가? 연령 하향은 아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아니라, 사회적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아이들을 형사법정으로 내모는 기성세대의 ‘손쉬운 선택’일 뿐이다.
첫째로 고려해야 할 점은 소년법의 본질이다. 소년법은 성인과는 다른 미성숙한 존재인 소년을 형사처벌보다는 보호와 교육을 통해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복귀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범죄에 노출된 소년 대다수는 가정 해체와 빈곤, 방임이라는 구조적 폭력 속에서 성장한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국가가 해야 할 첫 번째 역할은 법적 연령을 낮춰 전과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보호망을 다시 구축하고 실질적인 교정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둘째, 최근 늘어나는 마약이나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신종 소년 범죄는 법적 연령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공백’ 문제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환경을 방치한 채, 그 덫에 걸린 아이들의 나이만 따지며 형사처벌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본질을 외면하는 격이다.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고 중독을 치료하며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촘촘히 마련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령 하향으로 인한 ‘낙인 효과’와 ‘범죄의 학습’을 경계해야 한다. 소년원 송치 등 현재의 보호처분 체계에서도 범죄 수법을 공유하는 부작용이 지적되곤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령 하향을 통해 본격적인 형사처벌 체계에 편입시키는 것은 개선의 기회를 박탈하고 오히려 더 조직적이고 흉악한 범죄 생태계로 깊숙이 이끄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촉법소년 문제는 형법의 숫자를 바꾸는 산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철학의 문제다.
필요한 것은 더 깊고 치밀한 관리 시스템과 교육적 지원이다. 위기 청소년을 위한 보호관찰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적인 교정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책임 있는 투자’다. 단 한 명의 아이도 범죄의 굴레에 방치하지 않겠다는 국가의 의지가 서 있을 때, 비로소 교실도 안전해지고 아이들의 미래도 지켜질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먼저 견고한 울타리를 치는 것, 그것이 곧 진정한 사회정의이자 소년법이 존재하는 이유다. 이번 논의를 통해 아이들의 미래와 사회의 안전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근본적 시스템 개선’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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