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유가 급등에 원유 수입 90% 의존 리스크 부각
걸프 교역 차질…수출·물류 흔들리며 성장 둔화 압박
중동發 송금 감소 우려…루피 약세·내수 위축 가능성
외환·재정 완충 제한…장기화 시 복합위기 확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격화되면서 인도 경제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교역 위축, 해외 송금 감소라는 ‘삼중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걸프 지역과의 밀접한 경제 연결이 성장 동력이었던 만큼, 전쟁 장기화 시 그 의존 구조가 오히려 리스크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전쟁 이후 인도 경제가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원유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중동에서 들어온다. 가스 수입 역시 약 80%가 중동에 집중돼 있어 유가 상승이 곧바로 물가와 성장에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실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 인도의 성장률과 물가 안정 모두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가 향후 1년간 에너지 가격 상승과 수출 감소, 해외 송금 축소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 통화 약세에 동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걸프 지역은 인도의 핵심 수출 경로이기도 하다. 두바이 등 중동 허브를 통해 전 세계로 재수출되는 구조가 흔들리면서 항공·해운 차질이 인도 기업들의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로 향하는 연간 500억달러 규모 수출 중 절반가량이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만큼, 지역 불안은 글로벌 유통망 전반에 파급력을 미친다.
해외 송금 감소 가능성도 주요 변수다. 인도는 세계 최대 송금 수취국으로, 연간 약 1300억달러 규모의 송금을 받는다. 이 중 40%가 중동에서 유입된다. 걸프 지역 경기 악화나 노동시장 위축이 현실화될 경우 루피 약세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쟁 여파는 이미 일부 실물 경제에도 반영되고 있다. 공급 차질로 취사용 가스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정부가 가격 통제와 보조금 확대에 나설 경우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다. 4월 지방선거를 앞둔 나렌드라 모디 정부로서는 물가 안정과 재정 건전성 사이에서 정책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인도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의 허가를 받아 제재 대상이던 러시아산 원유 일부를 확보하고, 이란과 협의를 통해 해협에 묶여 있던 가스 운반선의 통행을 확보하는 등 공급망 유지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장기 충격에 대한 대응 여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 ANZ는 “인도 경제가 높은 성장과 낮은 물가로 출발했지만, 지속적인 에너지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라틴 로이 GITAM대 학장은 “수입 가격 상승과 수출 차질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국제수지 관리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걸프 지역에는 약 1000만명의 인도인이 거주하며 건설, 서비스,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쳐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현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상당수는 소득의 50~70%를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다. 중동 경제와 인도 경제가 긴밀히 연결된 만큼, 전쟁 장기화 여부가 인도 경제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