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0%로 올렸다. 지난해 성장률은 1%였다. 올해 경기가 뚜렷하게 반등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세와 내수 경기 회복세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면서도 정보기술(IT) 중심의 성장과 주가 상승,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도 함께 던졌다. 산업간 불균형과 계층간 자산·소득 격차 확대로 성장률 상승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도 과거보다 줄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26일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보다 0.2%포인트 올려 제시했다. 정부 전망치(2.0%)와 같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각 1.9%)보다 높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2%나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2.1%보다는 낮다. 기관별로 소폭 차이가 있지만, 성장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진단과 전망치 상향세에서는 일치한다.

문제는 성장률의 소폭 상향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와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최근 코스피는 6000을 돌파하며 전례없는 급등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성장률 개선 속도와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진 양상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IT 부문과 다른 업종간 수출·성장 불균형이 심각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한은은 ‘과거 회복기에 비춰본 현 소비 국면 판단과 전망’ 보고서에서 IT 부문은 자본 집약도와 생산 과정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전·후방 연관 효과가 작고,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반도체 중심 성장 혜택은 산업 구조상 대기업· 고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도 변동성이 크고 중상위층 보유 비중이 높아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도 가계의 가처분 소득으로 전환되는 정도는 제한적이고, 계층별 양극화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 증가와 주가 상승이 고용과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분배는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구조적 취약성에 더 크게 노출됐다”고 했고, 이창용 총재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양극화는 더 커질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업종 간, 대·중소기업 간, 계층·세대 간 격차 심화는 경제의 변동성과 리스크를 키울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갈등 지수를 높이는 요인이다. 성장할수록 분열되고 불행해지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혁신성장·증시부양·집값안정에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 양상이지만, 균형과 분배개선 없는 성과는 ‘맹목’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