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방문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이번 정상회담은 2026년을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도 “중국은 한국과 함께 우호 협력의 방향을 단단히 지키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건강한 궤도를 따라 나아가도록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2016년) 이후 냉각됐던 한중 관계가 10년 만에 복원 국면으로 전환하는 분수령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대통령이 “이제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발맞춰 한·중 관계 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고 싶다”고 언급한 대목이 잘 말해준다.
두 정상이 사드 사태 이전까지 발전시켜온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복원을 강조했지만 단숨에 국가 안보적 이견을 해소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측이 기대하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이번에도 내지 못했다. 두 정상이 하필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직후에 만나면서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는 시 주석의 뼈있는 메시지를 들어야 했다. 힘으로 찍어누르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맞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중국의 다자주의쪽을 따르라는 압박이다. 북한도 베네수엘라와는 다르다며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쏘는 등 무력시위에 나섰다. 중국을 지렛대로 북한과의 평화 무드 조성에 힘쓰고 있는 우리로서는 곤혹스런 국면이다.
안보 문제는 긴 호흡으로 풀어야 하지만 양측이 상생할 수 있는 경제협력은 관계복원의 촉매가 될 수 있다. 양국이 쌍방간에 시행한 무비자입국이 내수진작 효과를 일으켰듯 2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AX), 문화·콘텐츠 교류, 핵심광물 공급망 등으로 경제협력의 지평을 넓힌다면 혐한·협중 정서를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이 대통령이 “생활용품, 뷰티, 식품 등 소비재 그리고 영화, 음악, 게임, 스포츠 등 문화 콘텐츠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날 9년만에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양국 대표 기업인 600여명이 총출동, 제조·서비스업 등 각 분야에서 협력 폭을 넓히자는 데 합의했다. 구체적 결실을 내놓는게 급선무다.
이 대통령은 “고려와 송나라는 외교적 긴장과 갈등이 있었던 시기에도 벽란도를 통한 교역과 교류를 중단하지 않았다”며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서도 한·중 경제 협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서로의 차이는 존중하되 공동 번영의 길을 찾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을 실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mhj@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