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가 채무 이자 부담이 올해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 18조6000억원 수준이던 국채 이자 비용은 불과 4년 만에 28조2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총지출에서 이자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이후 3%대 초반에서 지난해 4.4%까지 올랐다. 세수는 줄어드는데 빚만 늘어나는 ‘빚내서 빚 갚는’ 악순환이 현실화하고 있다.
더 걱정스러운 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대규모로 발행한 국채의 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94조원, 내년 98조원에 달하는 차환 발행이 불가피하다. 새 국채를 발행해 기존 빚을 갚는 구조에서, 발행 규모가 커지면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올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한국은행의 단기 대출 누적 114조원 등으로 정부가 빚과 단기 자금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가 심화되면서 재정 운용에 숨 쉴 틈이 줄어들고 있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 자연히 복지와 투자 지출 여력은 줄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 추진도 어려워진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기획위 국민보고대회에서 향후 5년간 핵심 국정과제와 공약 실현을 위해 210조원의 재정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규모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 대통령은 이를 “씨앗을 빌려 뿌려야 수확할 수 있다”는 비유로 설명하며 국채 발행 필요성을 시사했지만, 결국 빚은 또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빚을 내더라도 제대로 쓰면 문제는 없다. 중요한 것은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열매가 잘 맺히도록 생산적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소비쿠폰’ 등 단기적 내수 진작 수단에 치중하는 모습은 우려스럽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1조원을 쿠폰에 쓰면 GDP가 연평균 3300억원 늘어나지만, 정부가 직접 물품을 구매하면 9100억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쓰면 8600억원으로 효과가 2~3배에 달한다. 소비쿠폰은 당장의 체감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 성장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재정 운영은 곧 국가 신용과 직결된다. 국가채무가 12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무분별한 재정 지출은 시장 신뢰를 흔들 수 있다.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면 투자 유치가 어렵고 차입 비용도 올라 국민 세금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사회 인프라 확충, 신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재정을 집중해야 세수도 늘고 국가 경제 기반도 강화된다.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단순한 돈풀기는 빚만 늘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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