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1심 판단 유지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을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 자막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윤성식)는 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원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거나 가볍다고 보기 어려워, 양형에 대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전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2024년 12월 4일 오전 1시37분부터 오전 4시4분까지 KTV 방송보도부장과 편집팀장에게 비상계엄을 비판하는 스크롤뉴스를 선별적으로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이 전 원장의 선별 삭제 지시 행위에 대해 “방송법에서 정한 방송의 공정성·균형성 등을 위반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경위 등에 비춰 위법·부당의 정도가 직무 본래의 수행이라고 평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 경우”라며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전 원장 측은 스크롤뉴스 편성·운영이 원장의 직무 권한에 해당하기 때문에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스크롤뉴스 편성 및 운영은 피고인(이 전 원장)의 직무 권한에 속하지만, 방송법상 방송 및 보도에 관한 규정과 KTV 내부의 자율심의규정이 적용되므로 스크롤뉴스 편성에 관해 직무 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며 “실무담당자에게도 스크롤뉴스에 관한 전결권한이 존재하므로, 직무 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실무담당자에게 방송법상 의무 등을 위반해 스크롤뉴스를 삭제하도록 한 행위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원장에 대한 양형 이유를 밝히면서 “당심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 책임을 자신의 하급자인 방송보도부장, 편집팀장에게 미루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의 삭제 지시와 그에 따른 삭제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되고 뉴스 특보가 종료된 이후 시점에 이뤄져 이 전 원장의 삭제 지시로 인한 국민의 알권리 침해 정도는 제한적”이라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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