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돈을 주무르는 기업인, 말 한 마디에 주가가 출렁이는 금융인, 미래를 바꾸는 창업가, 국제 정세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지도자. [더 비저너리]는 헤럴드경제 국제부가 세상의 흐름을 주도하는 파워 리더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무엇이 현재의 그들을 만들었으며,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의 생생한 스토리를 전해 드립니다.

지난 2019년 9월 고이즈미 신지로 당시 환경상이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난 2019년 9월 고이즈미 신지로 당시 환경상이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기후변화는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2019년 9월 국제연합(UN)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당시 일본 환경상 발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차남이자 독특한 발언으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일본 정치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4)가 지난 5월 일본 농림수산상에 올랐다. 6년 전 미국 뉴욕의 행사에서 기후변화 대책에 대해 언급한 말이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면서 ‘펀쿨섹좌’라는 애칭으로 한국에서도 비교적 잘 알려진 일본의 젊은 정치인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비축된 쌀로 만든 주먹밥을 먹고 있다. [로이터]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비축된 쌀로 만든 주먹밥을 먹고 있다. [로이터]

고이즈미 농림상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위를 기록한 차기 총리 후보다. 그는 32년 만에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일본의 쌀값 안정 정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쌀값 향방이 앞으로 그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이즈미 前 총리 빼닮은 40대 아들…‘4代 세습 정치인’

2023년 1월 고이즈미 준이치로(오른쪽) 전 총리 생일을 축하하는 고이즈미 신지로. [고이즈미 신지로 인스타그램 캡처]
2023년 1월 고이즈미 준이치로(오른쪽) 전 총리 생일을 축하하는 고이즈미 신지로. [고이즈미 신지로 인스타그램 캡처]

1981년 4월 14일 신지로는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의 일본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일본 총리를 역임했으며, 할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야는 방위청 장관, 증조부인 고이즈미 마타지로는 우정성 장관을 지낸 바 있다.

정치세습에 대해 관대한 일본의 풍습상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자녀들도 다른 정치 가문의 자녀들처럼 정계입문의 수순을 밟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는 자녀들의 정치입문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준이치로는 장남 고타로와 차남 신지로에게 “그밖(정치 외에 것)에 열중할 것을 찾아라”라고 권유하곤 했다. 결국 신지로의 형 고타로는 배우로 성공해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쌓고 있는 신지로와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아버지 준이치로와 어머니 미야모토 카요코는 그가 태어난 이듬해인 1982년에 이혼했다. 당시 양육권법에 따라 아버지는 신지로와 그의 형 고타로의 양육권을 완전히 얻었고, 그들은 아버지의 여동생인 미치코(고모) 손에 자라게 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왼쪽)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 [고이즈미 신지로 공식 홈페이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왼쪽)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 [고이즈미 신지로 공식 홈페이지]

신지로는 지난해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의 후임을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면서 자신의 가족사를 고백했다.

그는 “부모님이 어렸을 때 이혼했는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이혼 사실을 몰랐다”며 “어머니인 줄 알았던 사람이 사실은 고모(고이즈미 전 총리의 친누나)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형제는 형뿐인 줄 알았는데 동생이 더 있었다”며 “대학생 때 처음으로 성이 다른 동생과 만났고 아버지랑 꼭 빼닮아서 깜짝 놀랐다. 순식간에 그동안의 거리와 공백이 메워졌다”고 말했다.

고이즈미는 생모를 만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을 회상했다. 그는 “만나면 생모 대신 나를 키워준 고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생모를 처음 만난 고이즈미는 “자세하게는 말하지 않겠지만 만나서 좋았다”며 “43년 동안 만나지 않았고 성도 다르지만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다. 나는 그런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관용적이고 포용력 있는 보수정당 자민당을 만들고 싶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2008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지지자들에게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를 소개하고 있다. [지지통신]
2008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지지자들에게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를 소개하고 있다. [지지통신]

신지로는 증조부를 시작으로 4대째 이어진 세습 정치가로 총리 출신 부친의 후광으로 2009년 중의원(하원)에 처음 입성해 6선 의원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신지로는 요코하마에 있는 관동가쿠인 대학교에서 2004년 경제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며 대학원 과정을 밟았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동안 그는 워싱턴DC에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태평양 포럼 CSIS의 젊은 리더로서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2007년 일본에 귀국해 아버지인 준이치로의 비서를 맡았다. 2008년에 아버지 준이치로는 정계 은퇴를 표명하고, 신지로를 후계자 후보로 지명했다. 신지로가 28살이 되던 2009년, 제45회 총선에서 가나가와 제11선거구 하원의원에 출마해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사랑꾼’인가 ‘불륜녀의 내연남’인가

2019년 8월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자택 앞에서 고이즈미 신지로(오른쪽) 일본 당시 환경상과 방송인 타키가와 크리스텔이 결혼 발표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2019년 8월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자택 앞에서 고이즈미 신지로(오른쪽) 일본 당시 환경상과 방송인 타키가와 크리스텔이 결혼 발표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신지로의 개인사도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프랑스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프리랜서 아나운서 타키가와 크리스텔과 결혼했다. 1977년생인 크리스텔은 신지로보다 4살 연상으로 신지로와 결혼 소식을 발표하는 동시에 임신 소식도 밝혔다. 2018년 1월부터 교제를 시작한 두 사람은 2019년 8월 21일 나가노현 가루이자와 한 교회에서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렸으며 2020년 1월에 아들을 낳았고, 2023년 11월에는 딸을 출산했다.

지난해 5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상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린 축제에서 만난 아기를 안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5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상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린 축제에서 만난 아기를 안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인스타그램 캡처]

2020년 2월 5일, 신지로는 장남의 이름을 ‘미치노스케’라고 지었다. 이는 형과 자신을 키워준 고모 미치코를 기리는 의미라고 전했다.

신지로의 형 고이즈미 고타로는 인터뷰에서 동생의 결혼소식이 뜻밖이라고 했다. 고타로는 “2019년 6월에야 동생과 크리스텔의 교제 사실을 알았다”라며 “동생이 독신주의지인 줄 알았다. 동생은 부모를 보면서 결혼생활에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타로는 “어릴 때부터 결혼뿐 아니라 여성과 사귀는 것도 포기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며 “정말 오랜만에 신지로에게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 어릴 때 신지로의 모습을 봤다”고 회상했다.

신지로는 환경상에 재직하는 동안 일본 장관 중 처음으로 2주간의 육아휴가를 사용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2021년 정치성향 조사에선 자민당 내에선 반대 비율이 높은 ‘선택적 부부별성(일본은 결혼 후 대부분 아내가 남편 성을 따르는데, 선택에 따라 결혼 전 성을 쓸 수 있게 하는 제도)’의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지로는 크리스텔에 대해서는 “그녀와 함께 있으면 ‘정치인 고이즈미 신지로’가 아니라 ‘인간 고이즈미 신지로’가 될 정도로 편하다”고 심정을 전했다.

지난 2019년 8월 도쿄 총리실에서 고이즈미 신지로(왼쪽) 일본 농림상이 타키가와 크리스텔과 결혼 발표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난 2019년 8월 도쿄 총리실에서 고이즈미 신지로(왼쪽) 일본 농림상이 타키가와 크리스텔과 결혼 발표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이처럼 ‘사랑꾼’ 면모를 보였던 고이즈미도 스캔들에 휘말렸다. 지난해 9월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은 2015년 6월 일본의 인기 휴양지인 니가노 현가루이지자와에서 한 기업 주최로 열린 ‘GI 신세대 리더 서밋’ 행사 때 고급 호텔에 머물면서 이 행사에 참여했던 기혼 여성 A씨와 별도로 잡아놓은 방에서 밀회를 즐기는 등 두 사람이 상당 기간에 걸쳐 불륜 관계를 맺었다고 전했다.

주간문춘은 두 사람이 당시 잠깐 밀회를 즐겼던 호텔 방은 큰 창문을 통해 가루이자와의 아름다운 숲을 볼 수 있는 등 조망이 좋아 하루 기본숙박료가 10만엔(약 100만원)을 넘는다고 덧붙였다. A씨는 신지로와 재혼을 하기 위해 자신은 이혼을 했지만, 신지로는 이후 크리스텔과의 결혼을 발표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당시 이 보도는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신지로는 개인적인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발톱 숨기는 맹수…어리숙한게 아니라, 어리숙한 ‘척’?

신지로와 관련해 회자되고 있는 “즐겁고(Fun),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죠”란 발언이 나오게 된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20년 9월 고이즈미 신지로 당시 환경상이 일본 도쿄에서 대규모 방재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난 2020년 9월 고이즈미 신지로 당시 환경상이 일본 도쿄에서 대규모 방재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2019년 환경상 재임 시절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회정상회의 당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묻자 그가 했던 대답이다. 이에 기자가 “어떤 의미인가”하고 되물었지만, 신지로는 “그걸 설명하는 것 자체가 섹시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엄중한 국제회의 석상에서 나온 발언치고는 코미디 같은 답변에 일본은 물론 한국에까지 퍼지면서 ‘펀쿨섹좌’는 이제 신지로의 별명이 되다 못해 하나의 ‘밈’이 됐다.

다른 어록도 많다. 2019년 환경장관으로 취임한 직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피해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으로부터 “30년 내로 오염물 처리 시설을 후쿠시마현 바깥에 마련한다는 정부의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신지로는 “30년 뒤면 나는 몇 살일까. 지진 직후부터 생각해 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설명하는 대신, 비장한 표정으로 “하겠습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라고 말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지난해 10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자민당 도쿄 당사에서 취재진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난해 10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자민당 도쿄 당사에서 취재진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이 밖에도 동어 반복에 전혀 내용이 없는 발언으로도 구설수에 올랐다. 지구온난화 대책과 관련해 “지금처럼이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지금처럼이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2019년)”라고 하거나 “정치에 무관심인 것은 정치에 무관심인 채로 있을 수 있다(2020년)” 등의 식이다.

4년 전에는 일본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보다 46%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과 관련해, 46%라는 목표치를 정한 이유를 두고 “46이라는 숫자가 어렴풋이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같은 말을 반복한 순환논법과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소리를 하는 동문서답에 일본 내에선 ‘고이즈미 구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일부는 그의 발언을 일종의 ‘시(詩)’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언행에 전략이 숨겨져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맥과 파벌에 기초한 정치공학이 지배하는 일본 정치 구조에서 아버지 준이치로가 자민당의 아웃사이더라는 점을 인지한 신지로가 일부러 정치 능력을 숨기고 어리숙한 척하는 것이라는 일각의 의견이 있다.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기반이 무너지는 두려움으로 나라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신지로는 환경상에 취임하자마자 아베 전 총리의 트라우마이자 급소를 겨눴다. “원전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연구하고 싶다”며 거침없이 탈(脫) 원전관을 밝히며 ‘원전 재가동’ 기조를 내세웠던 아베에게 반기를 들기도 했다. 후쿠시마를 찾아 어민들에게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해야 한다’는 전 환경상의 발언을 사과하기도 했다. 이에 일본 정계와 우익 내부에선 ‘고이즈미 견제’도 본격화됐다.

일본에서 가장 민감한 후쿠시마 원전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환경대신의 자리에 앉혀 신지로를 정치적으로 제거할 목적이었지만 제거되지 않고 오히려 “펀쿨섹”을 비롯한 각종 어록들을 만들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자민당 주류와 대립각… ‘차기 총리’ 야망 숨기는 고도의 전략 분석도

2019년 5월 도쿄에서 아베 신조(가운데) 일본 당시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왼쪽), 고이즈미 신지로(오른쪽) 의원이 서 있다. [게티이미지]
2019년 5월 도쿄에서 아베 신조(가운데) 일본 당시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왼쪽), 고이즈미 신지로(오른쪽) 의원이 서 있다. [게티이미지]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신지로는 스가 요시히데의 퇴진 과정에 관여하고 이시바 시게루와 함께 고노 다로를 지원했는데 이때 기시다 후미오를 지원하는 아베와 아소를 수구파로 몰아세우며 자신들을 개혁파로 포장하기도 했다. 비록 당시에는 기시다 후미오가 선출됐지만 고노 다로가 여론조사 결과로는 승리하면서 자민당 내 반(反)아베 세력의 결집력이 의외로 강하다는 걸 보여줬다.

신지로는 2024년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 입후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국무대신 시절 가벼운 언행들로 지적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환경대신 시절 내 발언이 적절히 전달되지 않았던 것은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그러한 일이 없도록 국민에게 전하려는 바가 명확히 전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그가 다소 황당한 언행을 하는 이유로는 자민당 주류와 대립각을 세우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차기 총리대신을 하겠다는 본인의 야망을 숨겨 자신의 세력을 서서히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이다. 화제가 될 법한 이상한 발언으로 인지도를 먼저 올리고 아내 타키가와 크리스텔을 내세워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오는 방식으로 일단 본심을 숨기고 경력을 키워가며 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 추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쌀값 잡기 총력전…‘반값 비축미’ 20만톤 추가방출 강공 드라이브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지난 23일 도쿄의 한 슈퍼마켓에서 쌀 코너를 들여다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지난 23일 도쿄의 한 슈퍼마켓에서 쌀 코너를 들여다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난달 21일 신지로는 농림수산대신에 임명됐다. 임명된 지 1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치솟던 일본 쌀값은 6월 9일 현재 2주 연속 하락했다. 작년 11월 이후 약 반년 만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여름부터 쌀값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9일 현재 일본 슈퍼에서 판매되는 쌀 5㎏ 평균 가격은 4223엔(약 4만원)이다. 쌀값이 2주째 하락했으나 작년 같은 기간 가격인 2136엔(약 2만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수준이다.

쌀값이 급등한 배경에는 2023년 기록적 폭염에 따른 생산량 감소,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 수요 확대, 유통 구조 문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한다.

지난달 21일 취임 이후 “쌀값을 잡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고 공언한 고이즈미 농림상은 ‘반값 비축미’에 강공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는 2020년산 비축미 10만t과 2021년산 비축미 10만t을 수의계약 형태로 추가 방출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일본이 무관세로 수입하는 외국산 쌀 가운데 최대 10만t까지 들여올 수 있는 주식용 쌀 수입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그는 집권 자민당 내 일부 의원들이 쌀 수입 확대를 경계하는 것과 관련해 “신중론이 나온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쌀값 고공행진이 이시바 내각의 지지율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고이즈미 농림상이 이를 해결해 그의 정치가도에 또 하나의 탄탄대로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이즈미 신지로 걸어온 길
고이즈미 신지로 걸어온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