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재수사 착수한 서울청 장기실종 전담부서
보호시설 52곳 탐문·무연고자 DNA 분석 등 실시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활용해 유사도 매칭 성공
![아버지의 사망 이후 고모 집에 맡겨져 생활하던 초등학교 3학년생이 실종된 지 36년 만에 가족을 되찾았다. 경찰은 작년 2월 서울경찰청 장기실종 전담 부서에 이번 사건을 이관하고 전면적인 재수사에 들어간 지 1년 3개월 만에 실종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시켰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5/ams.V01.photo.HDN.P.20210104.202101040000003099751613_P1.jpg)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아버지의 사망 이후 고모 집에 맡겨져 생활하던 초등학교 3학년생이 실종된 지 36년 만에 가족을 되찾았다. 경찰은 작년 2월 서울경찰청 장기실종 전담 부서에 이번 사건을 이관하고 전면적인 재수사에 들어간 지 1년 3개월 만에 실종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시켰다.
1989년 5월 9살 나이로 실종됐던 아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1989년 5월 무렵 만 9살의 나이로 실종됐던 A씨가 지난달 약 36년 만에 가족과 상봉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세월이 흘러 어느덧 45살의 중년이 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어머니는 1988년 9월 남편이 사망하고 자신도 건강이 악화하자 A씨를 서울 강동구에 있는 A씨의 고모 집에 맡겼다. A씨는 이후부터 줄곧 고모 집에서 생활하던 중 이듬해 5월 실종됐다. 그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무렵이었다.
당시 고모는 서울 강동경찰서에 A씨에 대한 실종 신고를 최초로 했지만, 수십 년간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2022년 7월 고모는 A씨의 어머니와 어렵게 상봉한 뒤 다시금 서울 강서경찰서에 A씨에 대한 실종 신고를 했다.
A씨의 실종 사건은 작년 2월 장기실종 사건 전담 부서인 서울청 형사기동대로 이관돼 전면적인 재수사에 들어갔다.
작년 2월 전담수사 부서 재수사 이후 급물살
경찰은 A씨가 다닌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열람을 시작으로 경찰이 보유한 데이터와 건강보험·통신사 가입 여부·국민 지원금 지원 여부 등 각종 생활반응을 주기적으로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경찰은 A씨가 무연고자(신원이 불분명해 인적 사항과 가족 등을 알 수 없는 사람)에 분류됐을 가능성에 착안해 서울과 경기 등지에 있는 보호시설 52곳을 탐문하는 한편, 무연고자 309명에 대해 DNA 채취·대조를 실시했다.
또한 시설 입소나 입양 가능성 등을 고려해 노숙인 보호시설을 수시로 확인하고 홀트아동복지회 등을 통해 A씨의 입양 여부 등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살폈다.
경찰은 특히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활용해 ‘유사도 매칭’ 분석을 계속해서 시도했다. 유사도 매칭은 실종자의 사진과 인적 사항 등을 이용해 다른 사건들과의 유사성을 분석하는 작업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총 39명의 대상자를 압축했고, 이들의 보호시설 입소 기록 등을 확인한 뒤 가장 유사한 A씨를 특정할 수 있었다.
이후 경찰은 부산에 있는 한 소년 보호시설에서 입소 당시 아동 카드에 부착된 A씨의 사진을 발췌했고, A씨의 고모를 통해 “A씨가 맞다”는 확인을 받았다. 다만 주민등록번호 등이 달라 경찰은 다시 한번 실종자와 유사 연령대인 동일 성명자 95명에 대해 대조 분석을 실시했고, 1995년에 성(姓)과 본(本)을 새롭게 만든 A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은 A씨와 관련자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유전자 감정 등을 통해 실종자 A씨를 최종적으로 특정하고, 지난달 A씨와 가족의 상봉을 주선한 뒤 수사를 종결했다.
y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