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거래량, 월평균比 87%↑

정책 기대, 달러·채권 불안 영향

미국 달러와 채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비트코인으로 글로벌 자금이 몰리고 있다. 10만달러를 돌파한 뒤 5개월 만에 11만달러대로 올라섰고 감소하던 거래량은 ‘트럼프 허니문’ 당시 수준에 근접했다.

23일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하루 거래량 607억달러(약 84조원)를 기록했다. 이달 평균 거래량(324억달러)보다 87.35% 높았다.

비트코인 거래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후 고점을 찍고 내내 줄어들었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취임 후 월 평균 거래량은 약 800억달러였다. 이후 이듬해 ▷1월(533억달러) ▷2월(511억달러) ▷3월(347억달러) ▷4월(337억달러)를 기록했다.

거래량 감소가 곧 시세 하락으로 직결되는 신호는 아니다. 다만 지난 3월 비트코인 전략비축 행정명령 내용에서 연방 정부 차원이 아닌 범죄 수익 등으로부터 몰수한 양만 비축하기로 하자 실망감이 커졌고, 미국 관세 정책에서 비롯된 경제 불확실성으로 거래량과 시세가 모두 하락했다. 지난달 9일에는 연 최저치인 7만6273달러까지 떨어졌다.

상승 배경에는 가상자산 규제 완화에 대한 정책적 기대감이 있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 상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담보 요건 강화,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을 담은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과시켰다. 가상자산이 금융수단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다음날 텍사스주 하원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한 것도 호재였다.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미국 달러와 채권에 대한 불신이 생기면서 비트코인이 상대적인 ‘안전 자산’으로 보는 시각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 법안의 의회 통과를 앞두고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 우려가 커지면서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5% 넘게 급등(채권 가격 하락)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미 국채 수요의 감소는 미 장기금리를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에 고착시킬 가능성을 높인다”며 “검열 저항성, 희소성을 갖춘 대안 자산인 비트코인, 금 등 이 기존 통화 시스템의 신뢰 약화에 대안적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도 유입세다. 최근 6일(14~21일) 간 미국에 상장된 11개 현물 ETF는 매일 순유입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9일에는 이달 최대치인 하루 새 6억6740억달러가 몰렸다. 21일에도 다시 6억달러 넘게 들어오면서 기관 투자자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비트코인의 올해 2분기 목표가를 12만달러로 제시했다. 연말 목표가는 20만 달러를 내다봤다. SC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더 많은 기관투자자가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기관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2분기 12만 달러는 오히려 보수적인 전망일 수 있다”고도 했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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