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9등급→5등급 변화에 고1 내신 부담↑
일부 학생 전학·자퇴 고려…“내신 부담 커져”
“‘올 1등급’ 아니면 원하는 대학 진학 어렵다”
교육부 “학생·학부모 불안 덜기 위해 노력”
![내신 경쟁을 줄이겠다고 도입한 ‘내신 5등급제’가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전학·자퇴를 유발하고 있다. 특히 최상위권 가운데에선 내신 1등급을 하나만 놓치더라도 원하는 계열 진학이 어려워질 수 있어 학생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2/rcv.YNA.20250216.PYH2025021605520001300_P1.jpg)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내신 경쟁을 줄이겠다고 정부가 도입한 ‘내신 5등급제’가 과도한 내신 공포감을 심어줘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전학이나 자퇴를 유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른바 메디컬 학과를 노리는 최상위권 가운데에선 내신 1등급을 한 과목만 놓치더라도 원하는 계열 진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여론이 파다하다. 경쟁을 줄이겠단 의도와 달리 재학생이 체감하는 부담이 커진 모양새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이나 목동 등 서울 주요지역 고등학교 일부 학생들은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들고 좌절해 전학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치동의 한 고등학교에 다녔던 A군은 “중간고사에서 과학과 국어를 2등급 맞았는데 이러면 원하는 대학을 못 간다는 컨설팅을 받았다”라며 “기말고사 성적표를 받기 전에 자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자퇴했다”라고 말했다.
진학 컨설팅을 담당하는 한 교사는 “내신 등급 비율이 바뀌면서 최상위권에서는 오히려 내신 압박감이 더 크다는 상담을 많이 한다”라며 “일부 학생들은 내신 경쟁이 덜한 학교로 전학 가겠다는 아이들도 많다”라고 했다.
새로 도입된 5등급제에 학부모들 “내신 경쟁 더 심해진 듯”
앞서 정부는 학생들이 저마다 적성에 맞게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맞춰 올해 고1부터 내신 평가체제를 기존 9등급에서 5등급 상대평가로 바꿨다.
덕분에 9등급제에선 상위 4%에 불과했던 1등급 범위가 상위 10%로 넒어졌다. 하지만 시험에서 실수해 1등급에서 벗어나는 순간 내신 경쟁력이 확 떨어진다는 불안감이 학생들 사이에 확산한 것이다.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모들이 보인다. 한 학부모 B 씨는 “내신 5등급제 때문에 정신병 걸릴 것 같다”라며 “현재 아이 성적만 보면 그냥 내신 다 버리고 정시 올인하는게 맞는 것 같은데 시험 한 번에 이렇게 되는건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중간고사 한번 1등급 못 받았다고 입시가 망하는게 맞느냐”, “내신 경쟁이 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다” 등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최근 종로학원은 지난해 전국 2375개 고교의 1~3학년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학업성취도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는데, 평균 A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이 18.3%였다. 고교 성적표에는 학업성취도(A~E등급)와 석차등급(1~9등급)이 동시에 표기된다. 이 분석결과를 석차등급 5등급제를 적용받는 고교 1학년에 대입해보면 A등급을 받더라도 8% 이상의 학생은 1등급(상위 10%)에 포함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2/rcv.YNA.20250203.PYH2025020310960001300_P1.jpg)
지금 고1 입시때 어떻게 반영될까…‘미지수’에 불안 커져
전문가들은 내신 5등급제 시행으로 전체적으로 학생·학부모의 불안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내신 5등급제 적용후 최상위권은 최상위권대로, 중위권은 중위권대로 불안해졌다”라며 “최상위권의 경우 10% 안에(1등급) 들었는데 이 이후에는 무엇을 해야하느냐라는 불안감에 상담이 들어오고 중위권의 경우 조금만 성적을 올리면 등급이 바뀌기 때문에 이를 올려서 대학 이름을 바꿔보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고등학교에선 5등급제가 시작됐으나 주요대학들은 이를 반영해 입학 정책을 어떻게 운용할 지 미지수인 점도 불안을 자극한다. 임 대표는 “대학에선 (2028년도 입시의)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학생들의 과목 선택이 대입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점을 고려해 2028 대입전형 운영계획을 조기에 수립한 대학의 경우 빠르게 공개할 방침을 세웠다. 일부 대학의 경우 올해 하반기(8월 예정) 중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정보포털·대학별 홈페이지 등을 통해 모집 단위별 반영과목을 안내할 예정이다.
한 입시컨설턴트는 “내신 5등급제로 경쟁이 과도하게 발생해 일부 학군지에서는 문항에 대한 이의제기가 늘고 문항 오류가 나오면 변호사를 대동해 항의하겠다는 학부모도 등장하고 있다”라며 “오히려 중위권에서 원하는 등급을 받지 못하니 전학을 간다거나 검정고시를 통해 수능에만 올인하겠다는 이들이 생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전국 교육청은 학생·학부모 불안을 달래기 위해 무료 상담회·진로 컨설팅 등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행 초기 여러 우려가 있기에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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