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마을버스, 인력난으로 03번 배차간격 늘려

인력난→승객수 감소→재정악화→인력난 악순환

외국인, 북한이탈주민 기사 채용도 성과 못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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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 당산동4가와 영등포로터리를 오가는 마을버스 영등포03 노선은 지난 3월 12일부터 배차간격을 늘렸다. 기존 17분에서, 최대 22분으로 5분 늘어나면서 승객 불편은 심화됐다. 운전기사가 줄어든 영향이 가장 크다. 운영사인 대영마을버스 박종석 대표는 통화에서 “배차간격이 늘어나면서 승객수는 줄고 이는 또 재정 상황 악화로 연결된다”며 “운전사들의 처우개선이 되지 않으면 다시 인력난이 심화된다”고 말했다.

‘시민의 발’, ‘대중교통의 모세혈관’이라고 불리는 마을버스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①낮은 처우 ②빡빡한 일정 ③난코스 운전 등 마을버스 근무 환경이 열악하기로 악명이 높다보니 운전기사의 이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가 닿지 못하는 골목들을 누비며 교통 공공재 역할을 하는 마을버스이지만 정작 운전할 기사가 없어 운수업체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력없는 근무환경에 기사 줄고, 서비스 저하

서울시 마을버스 업체의 차량대수 운전기사 수
서울시 마을버스 업체의 차량대수 운전기사 수

17일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마을버스 운전기사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 3261명 ▷2021년 2992명 ▷2022년 2843명 ▷2023년 2851명 ▷2024년 2836명으로 최근 5년 동안 운전기사 수가 약 13%(425명) 감소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마을버스 운수종사자 수는 3007명으로 적정인원 3517명에 한참을 못미친다.

앞서 언급한 영등포03번 버스 운전사도 코로나19 전 17명에서 지금은 12명으로 줄었다. 팬데믹을 겪으며 인력난이 심화됐지만 회복은 더디다.

마을버스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는 가장 주된 이유는 ①낮은 처우다. 서울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월평균 급여는 2024년 기준 316만8650원으로 서울 시내버스 4호봉 평균(근속 8년 기준)인 523만원의 약 60.5% 수준에 불과하다.

②‘쉴 틈 없는’ 일정도 마을버스 기사의 이탈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70대 A씨는 “담배 한 대 물 시간이 생기면 운이 좋은 거고 보통 같으면 화장실만 겨우 갔다 올 정도의 시간밖에 없다”라고 했다. 60대 마을버스 기사 B씨는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어도 애당초 버스에서 내리지를 못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라고 불만을 내비쳤다.

③베테랑도 운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도 마을버스 기사들에게 부담이다. 20년 동안 시내버스를 몰다 정년을 채우고 9년 전 마을버스로 넘어왔다는 윤석찬(76) 씨는 “마을버스가 운행거리는 짧아도 동네 골목골목을 다니기 때문에 시내버스보다 훨씬 더 좁고 복잡한 길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마을버스 운수회사 대표는 “마을버스 기사 월급이 시내버스 기사보다 턱 없이 부족하다”면서 “돈은 적게 버는데 일은 일대로 힘드니까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시내버스나 배달업계로 많이 빠지고 마을버스엔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마을버스 업체에 유입되는 청년층은 늘 저조한 상황.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서울 마을버스 기사 중 ‘60대 이상’ 비율은 63.57%(1889명)인 반면 ‘20~30대’는 9.76%(290명)로 10%도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마을버스 기사의 고령화는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와 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의 인력난 해소 노력에도 상황은 쉽지 않다. 지난해 조합의 건의로 서울시가 외국인 운전기사 채용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고용노동부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취업연계도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북한이탈주민 마을버스 운전자 취업 연계 지원에 나섰지만, 당초 목표한 20명 중 2명만이 마을버스 회사에 취업했다.

인력난은 배차간격과 운행횟수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준 마을버스 운행률은 2019년 말에 비해 24% 줄었다. 운행횟수 감소는 승객감소로 또 이어진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117만명이었던 일평객 승객수는 2020년 이후 80만명대로 내려앉았다.

/박병국·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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