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랑카위 방산전시회…KAI 등 참가

MBDA, 韓 전투기에 자사 미사일 장착 선보여

2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LIMA 2025’에서 유럽 미사일 제조업체 MBDA가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모형에 미티어 등 자사 미사일 모형을 탑재해 전시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제공]
2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LIMA 2025’에서 유럽 미사일 제조업체 MBDA가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모형에 미티어 등 자사 미사일 모형을 탑재해 전시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제공]

[랑카위(말레이시아) 국방부 공동취재단·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동남아시아에서 열리는 방위산업전시회에 참가한 유럽 방산업체가 한국형전투기 KF-21 모형을 등장시켜 눈길을 끈다.

2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개막한 ‘랑카위 국제 해양항공전시회(LIMA) 2025’에 참가한 유럽 미사일 제조업체 MBDA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전투기 모형을 전시했다.

자사의 공대공미사일 미티어(Meteor)를 탑재한 모습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MBDA는 KAI의 FA-50 경전투기 모형에도 자사의 공대지미사일 브림스톤(Brimstone)을 달아 선보였다.

내년부터 말레이시아에 인도되는 FA-50M(FA-50 말레이시아 수출용 버전)에 자사의 무기를 탑재하고 싶다는 ‘희망’을 표시한 것이다.

‘K-방산’과 협업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K-방산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K-방산이 개척한 시장을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게 MBDA측의 평가다.

사비오 바부 MBDA 항공담당 기술임원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 KAI가 활동하는 시장은 MBDA가 진출하기에 전략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통로”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가 KF-21 공동개발국으로 참여하고, 말레이시아가 18대 규모의 FA-50 2차 추가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가운데에서 왼쪽)이 2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LIMA 2025’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운데 파란색 정장)에게 전시품 FA-50M과 KF-21을 설명하고 있다. 2025.5.20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제공]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가운데에서 왼쪽)이 2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LIMA 2025’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운데 파란색 정장)에게 전시품 FA-50M과 KF-21을 설명하고 있다. 2025.5.20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제공]

KAI에서는 FA-50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KAI 부스를 찾아 FA-50 모형 앞에서 강구영 KAI 사장과 대화를 나눴다.

강 사장은 내년 말레이시아에 인도되는 FA-50M과 관련 “최신 버전의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가 적용되는 등 작지만 최고 수준의 공격기”라며 “다음 LIMA에선 FA-50M이 랑카위 하늘을 비행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동남아 국가들은 LIG넥스원의 함정용 근접방어체계 ‘해궁’에 큰 관심을 보였다.

꾸옥 안 베트남 해군 부총사령관은 해궁이 탑재된 한국 함정이 무엇인지, 더 작은 함정에 해궁을 탑재할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물었다,

그는 해궁을 포함한 함정 전투체계 솔루션에 관심을 보이며 프레젠테이션도 요청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가 해궁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자 인접국인 베트남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베트남은 한국 업체가 그동안 들여다보지 못한 시장이었다”며 “말레이시아 해궁 수출이 K-방산의 동남아 진출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LIG넥스원은 작년 연말 동남아 시장 거점 마련을 위해 말레이시아 현지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중거리·중고도 지대공유도무기 ‘천궁-II’와 함대공 유도탄 방어무기 ‘해궁’, 휴대용 단거리 대공유도무기 ‘신궁’ 등 LIG넥스원의 유도무기 3종 가운데 해궁은 말레이시아 진출이 우선 목표다.

말레이시아 해군이 장기간 운용해 온 MBDA 미사일을 교체할 경우 해궁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동남아 최대 규모 해양·항공우주전시회인 ‘LIMA 2025 에어쇼’는 1991년부터 격년제로 개최돼 올해 17회째를 맞는다.

올해는 ‘오늘의 혁신, 미래의 성과’를 주제로 랑카위 마수리 국제전시센터(MIEC)와 리조트 월드 랑카위(RWL)에서 20~24일 진행된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약 600여개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52개국 402명의 해외 대표단과 4만5000여명의 업계 관계자, 그리고 25만여 명의 일반 참관객이 전시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선 KAI와 HD현대중공업, LIG넥스원, 그리고 연합정밀과 화인정밀, 비스타컴, 증강지능 등이 참가했다.

2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LIMA 2025’에 유럽 미사일 제조업체 MBDA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전투기 모형에 브림스톤 미사일 등 자사의 미사일 모형을 탑재해 전시했다. 2025.5.20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제공]
2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LIMA 2025’에 유럽 미사일 제조업체 MBDA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전투기 모형에 브림스톤 미사일 등 자사의 미사일 모형을 탑재해 전시했다. 2025.5.20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제공]

방산업계에선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국 업체들이 신흥시장으로서 동남아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남아의 지정학적 상황을 파악하고 시장의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점점 뚜렷해지는 가성비 선호 현상은 일례다.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맞서 군비 경쟁에 나선 동남아 국가들은 압도적인 성능보다 신뢰도 높은 무기를 선호한다.

록히드마틴과 보잉 등 미국의 대형 방산업체들이 이번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여기엔 특정 ‘주적’을 두지 않는 동남아 국가들이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진영에 구애 받지 않고 실용적으로 무기를 들여온다는 뜻도 담겨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시회장에서 이란과 중국, 러시아 국영 방산기업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