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즉위 미사…“증오·폭력·가난한 이들 소외”
프란치스코 교황 애도…“섬기는 종 될 것”
![레오 14세 교황이 18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즉위 미사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8/rcv.YNA.20250518.PAF20250518399101009_P1.jpg)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가 즉위 일성으로 인류의 화합과 평화, 사랑을 위해 교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는 18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즉위 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우리는 너무나 많은 불화와 증오, 폭력, 편견, 차이에 대한 두려움, 지구 자원을 착취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경제 논리가 낳은 상처들을 보고 있다”며 “우리의 첫 번째 큰 소망은 하나 된 교회, 일치와 친교의 표증인 교회, 화해된 세상을 위한 누룩이 되는 교회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라며 “이것이 우리들 서로와 자매 그리스도교 교회들, 다른 종교의 길을 따르는 이들, 하느님을 찾는 이들, 모든 사람과 함께 걸어 가야 할 길이다. 평화가 다스리는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갇혀 있지 말고 세상에 대한 우월감을 느끼지도 말아야 한다. 차이를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역사와 모든 민족의 사회적·종교적·문화적 가치를 존중하는 화합을 이루기 위해 하느님의 사랑을 모두에게 전하도록 부름 받았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지금은 사랑을 위한 때다. 복음의 핵심은 우리를 모두 형제자매가 되게 하는 하느님의 사랑”이라며 “세상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인류를 위한 화합의 누룩이 되는 교회를 세우자”고 전했다.
그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깊이 애도한 뒤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 대해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지닌 우리는 새로운 베드로의 후계자이자 로마 주교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풍부한 유산을 지키면서 동시에 오늘날 세계의 문제와 불안과 도전에 직면하기 위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목자를 뽑고자 하는 우리의 열망을 하느님 손에 맡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아무런 공로 없이 선출됐고, 이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형제로서 여러분에게 다가간다”면서 “여러분의 믿음과 기쁨을 섬기는 종이 되어 하느님 사랑의 길에서 여러분과 함께 걷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랑과 일치 이 둘은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맡기신 사명의 두 축이다. 베드로의 직무는 자기 희생적 사랑”이라며 “베드로는 자신에게 맡겨진 이들을 지배하는 독재자가 되려는 유혹에 절대 굴복하지 말고 양들을 돌봐야 한다. 형제들의 믿음에 봉사하며 그들과 함께 걸어가도록 부름 받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즉위 미사에서 어깨에 걸치는 고리 모양의 흰색 양털 띠 ‘팔리움’과 교황의 사도적 임무를 상징하는 ‘어부의 반지’를 착용하며 교황으로서의 직무 시작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팔리움은 길 잃은 양을 어깨에 메고 돌아오는 선한 목자로서의 사명을, 어부의 반지는 교황이 베드로처럼 교회의 일치를 수호하고 신앙을 지키는 사명을 뜻하는 교황권의 상징물이다.
이후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하는 12명의 대표단이 교황 앞으로 나아가 복종을 맹세했다. 추기경 3명과 주교 1명, 사제 1명, 부제 1명, 두 수도회 총원장(남녀 각각 1명), 한 쌍의 부부, 한 소년과 한 소녀 등 모든 교회 구성원이 대표단으로 선발됐다.
이날 즉위 미사에는 전 세계 200여 개국 정부 대표는 물론 종파를 초월한 여러 종교 지도자가 참석했다.
외국 정상으로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 등이 자리했다.
교황의 출신국 미국에선 J.D. 밴스 부통령이 왔고, 교황이 시민권을 보유한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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