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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이 아름답다는 '서울 속 쁘띠 프랑스' 몽마르뜨 공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양정수 기자] 지난 8월 7일. 입추가 무색하게 여전히 기온은 35도 안팎까지 오르내리는 미친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젠 폭염 관련 재난문자가 낯설지 않다. 사실 미친 건 날씨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은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속에 가시가 난다는 뜻으로 안중근 의사(일부에서는 장군이라고 한다)가 옥중에서 쓰신 유명한 글귀다. 우리 러닝 중독자들 또한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달리지 않으면 몸이 쑤신다. 달려야만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 무턱대고 뛰었다간 내리쬐는 태양과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아스팔트 사이에서 '달리는 고기'가 되기 십상이다. 건강을 챙기려다 탈진에 일사병 심하면 열사병까지, 오히려 몸을 상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날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헬스장에서 모니터가 설치된 러닝머신 위에서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며 달리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우리는 자칭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들이 아닌가. 극한의 러닝이라며 객기를 부린다. 무더운 여름날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하며 건강하게 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트레일 러닝’이다. 산길이나 오솔길 같은 비포장길을 달리는 것을 말한다. 트레일 러닝은 로드 러닝과 더불어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다. 국내에도 차츰 크고 작은 대회가 열리며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 얼마 전 보스(권은주 감독)는 프랑스 몽블랑에서 열린 트레일 러닝 대회 ‘아식스 비트 더 선’에 아시아 팀 주장이자 한국대표로 출전했다. 부럽다. 이번엔 지난 토요일 무더위 속에서 보스와 함께한 트레일 러닝을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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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냄새, 풀 냄새 솔솔~. 나무 그늘 아래 러닝.

프랑스에 몽마르트르 언덕이 있다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짙은 녹음의 ‘몽마르뜨 공원’이 있다. 서초 서래마을 서리풀 공원 사이에 위치한 작은 뒷동산 같은 곳이다. 서래마을에 프랑스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이곳이 오늘 달릴 트레일 코스다. 역시 출발은 아식스 강남점이다. 클래스는 해가 완전히 떠올라 지면을 데우기 전 아침 일찍 몽마르뜨 공원으로 이어지는 서리풀 공원 입구까지 세 그룹으로 나뉘어 뛰는 것으로 진행됐다. 공원까지는 2km정도로 웜업을 하며 달리기에 적당한 거리였다. 아스팔트를 달려와 흙길을 마주했다. 좁고 돌과 구덩이, 나무 덩굴이 얽혀 있는 다듬어지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그룹은 한 줄로 대형을 바꿔 차례차례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발 앞꿈치에 힘을 주며 미끄러운 흙길을 달리니 종아리가 평소보다 땅겼다. 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호흡은 거칠어졌다. 트레일 러닝은 단순히 평지를 달리는 로드 러닝과 달리 불규칙한 오르막, 내리막길을 달리는 까닭에 체력 소모가 크다. 같은 거리를 달려도 보다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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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 공원에서 몽마르뜨 공원으로 이어지는 누에다리.

필자가 참여한 그룹은 산을 오르는 중간중간 나오는 계단에서 피치 보강운동을 추가했다. 계단 피치 보강운동이란 간단히 말해 계단을 오를 때 빠르게 팔 치기를 하며 다리를 들어 올리는 반복 동작이다. 앞꿈치를 이용하여 지면을 디디며, 이때 스프링처럼 튀어 오른다는 느낌으로 다리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면 종아리를 따라 허벅지까지 짜릿한 자극이 이어진다. 러닝을 하며 자연스레 하체 강화 훈련까지 덤으로 이루어진다. 트레일 러닝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러너라면 강추하고 싶다. 터질 듯한 종아리, 정말이지 허벅지 자극을 느낄 수 있다.

서리풀 공원을 지나 누에다리를 건너 최종 목적지인 몽마르뜨 공원에 도착했다. 이날 트레일 러닝을 한 거리는 3km 정도지만 5km 이상 달렸을 때만큼 힘이 들었다. 휴식을 잠시 취한 후 자극받은 종아리와 허벅지를 끌고 매장까지 쿨 다운하며 돌아왔다. 트레일 러닝을 하며 분명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수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닦아 내주고, 바람을 타고 오는 흙 내음, 풀 내음이 지친 몸을 달래주었다. 이런 여유가 로드 러닝과는 다른 트레일 러닝의 매력이다. 물론 트레일 러닝 시 주의할 점도 있다. 지면이 고르지 않은 탓에 자칫 발목을 삐끗할 수 있다. 특히 오르막길보다 힘이 덜 드는 내리막길에서 다리 긴장이 쉽게 풀리는 탓에 넘어져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스가 말해주는 여름철 러닝 포인트 “여름철 러닝은 첫째도, 둘째도 컨디션 관리다.” 가을부터 열리는 대회를 준비한다고 강도를 높여 운동을 하면 오히려 몸이 지치고 만다. 여름철 마라톤 훈련은 강도를 높이기보다 봄과 가을 사이에 흐름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적당히~' 하는 것이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