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보전 반발소송서 일부 승소
“아파트 지분 등 가압류 집행 불허”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로 58조원의 피해를 안긴 핵심 인물인 전 테라폼랩스 대표인 권도형 씨의 아내가 자신의 명의로 된 부동산 지분과 오피스텔 분양권 등에 대한 국가의 추징보전 결정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판결이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권씨의 아내는 당초 1심에서 부동산 지분 등에 대한 소유권을 전부 인정받으며 국가의 추징보전을 막았으나, 2심에서는 아파트 지분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이에 대한 국가의 가압류 집행은 이뤄지게 됐다.
13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권씨의 아내 이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제3자 이의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사유가 없으면 대법원이 본안 심리 없이 바로 기각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2023년 4월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권씨 소유 재산에 대해 추징재판 집행을 보전하고자 추징보전액을 2333억여 원으로 설정했고 부인 이모 씨 명의의 부동산 지분과 오피스텔 분양권 등에 대해 추징보전을 결정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해당 부동산 지분에 관해 가압류 등기까지 마쳤다.
이때 가압류됐던 대상 중 하나는 권씨 부부가 매매대금 42억원에 공동매수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주상복합 아파트 갤러리아포레다. 부부는 2021년 3월 각각 10%(이씨), 90%(권씨) 비율로 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바 있다.
국가의 추징보전 결정에 반발한 이씨 측은 2023년 9월 “해당 부동산 지분과 18억6200여만원 상당의 오피스텔(서울 강남구 논현동 상지카일룸M) 분양권은 이씨가 직접 마련한 자금으로 취득한 것”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3자 이의소송을 냈다. 그러면서 당시 이씨 측은 “부동산 지분과 오피스텔 분양권 등은 이씨 소유의 재산일 뿐 아니라 권씨와 혼인 중 이씨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어서 이씨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부터 부부 각자 소유하던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의미한다.
1·2심 재판부 판단은 엇갈렸다. 먼저 1심을 맡았던 서울남부지법 민사12부는 지난해 6월 이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제3자 이의소송에서 “부동산과 오피스텔 분양권·분양대금반환 채권에 대해 한 가압류 집행을 불허한다”며 원고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부동산 지분과 오피스텔 분양권 등은 민법 제830조 제1항에 따라 이씨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부동산 지분 등에 대한 추징보전 결정은 이씨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는 제3자의 재산에 대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에 따른 가압류 집행은 불허돼야 한다”며 이씨 측 손을 들어줬다.
반면 항소심 재판의 결론은 달랐다. 부동산인 아파트에 대해서는 계약금의 대부분이 권씨의 재산에서 유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 성지용)는 지난해 12월 “분양권 및 분양대금반환 채권에 대한 가압류 집행을 불허하고 나머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계좌내역 등 증거를 토대로 “부동산 지분은 실질적으로 권씨의 자금으로 매수된 것”이라며 “권씨로부터 원고인 이씨에게 명의신탁된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권씨의 소유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씨의 예금계좌에서 계약금으로 지급된 4억2000만원은 남편인 권씨가 소유한 가상자산을 매도한 뒤 이씨 계좌에 이체한 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피스텔 분양권 등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이씨의 특유재산으로 인정했다.
이용경 기자
y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