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스·HPSP, 매각입찰 미정

후속 절차 대기 딜 산적해…매각 자체 백지화하기도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 조(兆)단위 매각가가 기대되는 매물이 산적하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해 무주공산 위기에 놓였다. 입찰 절차를 밟고도 후속 프로세스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매각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시장에 찬바람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 매각을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 매각을 위해 최근까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인수 협상을 지속해왔다.

원매자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기업회생으로 인해 신규 딜 검토 여력이 줄어들고, 미국에 생산기지가 있어 트럼프 행정부 발(發) 관세 불확실성에서 자유롭다는 점 등이 고려된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미용기기 기업 클래시스, 반도체 장비 HPSP 등이 매각절차를 밟고 있으나 관련 절차가 지연되며 속도가 붙지 않는 모습이다. 두 기업 모두 매도자 희망가 등을 감안해 수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본입찰이 지연되며 협상 당사자들의 피로감을 높이는 상황이다.

최근 상황은 지난해 M&A 시장의 분위기와는 판이하다는 진단이다. 지난해는 거래액 1조원 이상의 ‘빅딜’이 다수 성사되는 등 기업 경영권 손바뀜이 비교적 활발했다. IMM 컨소시엄의 에코비트 인수(약 2조원) 등이 대표적인 대형 딜로 손꼽힌다.

올 상반기에는 LG화학 워터솔루션부문 매각 이외에는 인수자 결정에 근접한 거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LG화학은 바닷물을 산업용수로 정화하는 역삼투막(RO 멤브레인) 필터를 만드는 워터솔루션사업부(담수사업부) 매각을 위해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 진행 중이다. 매각 금액은 1조원 안팎이 예상된다.

한편 이처럼 최근 들어 M&A 거래 진행이 더딘 배경에는 대외 불안이 한동안 지속된데다가 기초체력이 약해진 산업계 구조조정 움직임이 자리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에 투자한 운용사들은 대응책 마련 필요성이 커졌고, 도리어 회생업계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과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으로 하여금 속도조절에 나서게 만들었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는다. 일례로 금융감독원은 이복현 원장의 임기만료가 다가오며 수장 교체를 앞뒀다. 리더십이 바뀌면 전임 원장이 추진하던 여러 계획들이 동력을 잃을 수 있어 금융투자업계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데 영향을 받는다. 또한 내달 예정된 대선도 판도 변화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 중 하나다.

시장 관계자는 “혼란스러운 분위기에 당분간 상황을 관망하자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매각하려는 곳이나 원매자 모두 판단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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