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도 못채운 자립준비청년 전담인력
“청년 맞춤 지원에 기관 행정업무까지”
현장선 업무 과부하에 불만의 목소리
전담인력 1명당 평균 45.9명 청년 지원
전문가 “업무 시스템 면밀한 검토 필요”
![보육원 등 보호시설을 떠난 자립준비청년이 1만여 명에 육박하지만 이들을 지원하는 전담인력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30/news-p.v1.20250430.4217752f0ce14609adb39cad3def28c5_P1.jpg)
보육원 등 보호시설을 떠난 ‘자립준비청년’이 1만여 명에 육박하지만 이들을 지원하는 전담인력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담인력은 여전히 정원을 채우지 못해, 1명이 자립준비청년 100명을 맡아 관리해야하는 지역도 있었다. 현장에서도 업무 과부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전담인력 업무 시스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담인력 1명당 자립준비청년 평균 45.9명 맡아=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자립준비청년은 총 9970명, 자립지원 전담인력은 총 217명으로 집계됐다. 자립지원 전담인력 1명당 45.9명의 자립준비청년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자립지원 전담인력은 아동양육시설, 가정위탁, 공동생활가정 등의 보호가 종료된 만 18세(보호 연장 시 24세) 청년이 성공적인 독립을 하고 사회에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5년 동안 매년 1회 이상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자립수준을 평가하고 보호 종료 후 6개월까지는 정부 지원금인 자립정착비를 계획에 맞게 사용했는지 점검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전담인력 수는 지난해 186명에서 늘어나긴 했으나 정원 230명 중 13명을 충원하지 못해 충원율이 94.3%에 그쳤다. 정부는 2022년 자립준비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자 자립준비청년의 지원과 사후관리를 위해 전국에 자립지원 전담기관 및 인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시도별로 보면 강원은 전담인력 7명이 자립준비청년 680명을 지원해, 인력 1인당 담당 청년 수가 97.1명으로 전국 중 가장 많았다. 다른 도 지역의 경우 1인당 ▷경남 78.9명 ▷전남 76.2명 ▷경북 75.9명에 달했다.
반면 세종은 1인 인력당 담당 청년 수가 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은 수치를 보였다. ▷서울 34.3명 ▷대전 27.5명 ▷인천 31.7명 ▷광주 32.4명 등 시 지역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힘 달리는 날 많아”…전담인력 ‘업무 과부하’ 빨간불=현장에서는 자립지원 전담인력 태부족으로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자립지원 전담기관에서 4년째 일하고 있는 A씨는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다양한 배경과 욕구를 지니고 있는 만큼 각자의 특성에 맞게 맞춤형 사례 관리가 필요한데, 전담인력 1명당 최소 10~15명의 청년을 맡다 보니 양적·질적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 “전담인력으로 배치돼도 정말 ‘자립준비청년 지원’에만 신경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며 “사업 프로그램 기획·실행, 행정 업무, 직원 교육 등 기관 운영 전반의 업무도 수행해야 된다. 정말 ‘만능’이 돼야하다 보니 전담인력 소진 문제가 크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자립지원센터에서 전담인력으로 근무 중인 B씨는 “자립준비청년 중에선 혼자 잘 일어서는 분도 있지만 자살 시도 경험이나 지적장애, 경계성지능장애, 우울증 등을 가진 분도 많다. 소수의 전담인력이 수십명 청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립준비청년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지원 업무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초과근무로 힘이 달리는 날이 많다”며 “일은 많고 힘든데 처우는 낮아 신규 채용도 잘 안되고 이직도 잦게 발생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담인력이 고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구축해야”=전담인력의 직접적 도움을 받는 청년들도 이들 역할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자립준비청년 C(26) 씨는 “보호종료 이후에는 혼자 결정해야 하는 사항이 많아 어려움을 겪었는데 선생님(전담인력)께 궁금한 점을 물어보거나 중요 결정시 의논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립준비청년 D(27) 씨는 “자립 과정에서 우리가 느끼는 부분은 막막함”이라며 “전담인력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프로그램도 소개받아 참여하는 등 여러 도움을 받으면서 요즘은 든든하게 잘 지내고 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담인력의 업무 환경에 대한 점검 및 개선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상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전담인력은 기관의 행정업무까지 병행하는 등 자립준비청년 지원이라는 고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며 “자립준비청년의 사후관리와 맞춤형 사례관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하려면 전담인력과 담당 청년의 접근성, 지역별 특성, 전담인력의 고충 등을 좀더 세밀하게 살펴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백종헌 의원도 “자립준비청년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맡고 있는 전담인력이 겪고 있는 업무 과중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효정·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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