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내에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완공하겠다고 17일 공약했다. 이 예비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국회 본원 및 대통령 집무실 세종 완전 이전을 추진하고, 현재 중단된 공공기관 이전도 조속히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여의도의사당과 서울집무실(현 용산)에 이은 국회·대통령실의 ‘세종 분원’ 건립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끝내고, 행정수도를 서울에서 아예 세종으로 옮기는 개헌 및 제도 개혁도 임기 내 완수를 목표로 하겠다는 것이다.

‘세종 행정수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숙원 사업이었으나 2004년 헌법재판소가 관련 내용을 담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관습헌법상 수도는 서울”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리며 무산됐다. 그런데 이 후보가 민주당 충청권 경선을 앞두고 재점화시킨 것이다. 민주당의 또 다른 후보인 김동연 경기지사도 18일 “세종시로의 실질적인 행정수도를 완성하겠다”고 했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 또한 지난 13일 아예 세종에서 출마선언을 하며 같은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다. 이처럼 이 후보와 민주당이 대선 레이스 시작부터 ‘세종 행정수도론’을 선제적으로 제기하고 나선 바탕에는 0.73%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갈렸던 20대 대선의 패인 중 하나가 충청권에서의 열세였기 때문이라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다. 당시 이 후보는 세종시를 제외하고 충남북과 대전에서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밀렸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이 단지 충청권 표 공략을 위한 선언식 공약이 돼서는 결코 안된다. 이미 전 정부의 용산 대통령실 이전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회적·경제적 낭비를 치렀는가. 행정수도 이전은 이와는 비교도 안되는 큰 프로젝트다. 이 후보가 사회적인 합의를 전제로 했을 만큼 개헌 뿐 아니라 여러 법·제도적 정비와 국가의 막대한 경제적 자원 투입이 필요한 일이다. 서울의 집중을 해소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오히려 지역간 이해 갈등과 국민적 분열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섣부른 추진이 국정의 불확실성과 부동산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도 있다.

더 이상 대통령실 이전이 졸속 사업이 되서도, 행정도시 문제가 지역 표 공략을 위한 선언성 공약으로 소비돼서도 안된다. 헌법개정 뿐 아니라 재정, 산업, 환경, 인프라 등을 포함한 국가균형 발전 청사진과 면밀한 로드맵 속에 배치되고 실행되며 국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안이다. 정치적 셈법과 당리당략을 넘어 국가 미래가 걸린 핵심 의제로서 대선 기간 동안 각 당과 후보들의 생산적 논쟁과 토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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