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LIG넥스원, 우리은행 시행 중

두산도 지난해부터 ‘DS제도’ 도입

조건 얽매이지 않고 자발적으로 승진 요청

동료 평가 등 거친 후 승진 결정

혁신 중요시 하는 박정원 회장 의중 반영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두산로보틱스 입사 5년차인 정수현(가명) 선임은 최근 수석으로 승진했다. 최소 7~8년차 직원부터 수석 직함을 달 수 있다는 관례를 고려했을 때 조기 승진에 성공한 것이다. 더욱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스스로 승진을 요청하는 ‘디벨로프먼트 세션(Development Session, 이하 DS) 제도를 활용한 것이다.

두산이 파격적인 승진 제도를 통해 조직 문화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근속 연수에 상관없이 본인 스스로 승진을 요청할 수 있는 이른바 ‘승진 본인추천제’를 도입한 것이다. 구성원의 자발적인 역량 강화를 통해 새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려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DS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DS 제도는 최소 근무 연한 등에 얽매이지 않고 자발적으로 승진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DS 제도를 통해 선임급 직원은 상위 직급인 수석으로 빠르게 승진할 수 있고, 수석급 직원은 팀장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서 DS 제도와 같은 승진 셀프 추천제를 도입한 곳은 LG이노텍, LIG넥스원, 우리은행 등이다.

두산은 심사 중심의 승진 제도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직원 스스로 역량을 쌓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DS 제도를 도입했다. 실제 DS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모든 직원이 승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료들의 다면 진단, 직무 전문가또는 리더와의 인터뷰를 거친 후 승진 여부가 결정된다. 승진 요청이 받아들여진 선임금 직원은 수석으로 승진하고, 수석급 직원은 팀장 자리에 공석이 생길 때 팀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승진 요청이 거절된 직원들은 동료들의 평가를 통해 얻은 피드백을 기반으로 부족한 역량을 스스로 개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분당두산타워 전경. [두산 제공]
분당두산타워 전경. [두산 제공]

두산은 2년 전인 2023년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임원을 제외한 기존 5개 직급을 2개 직급으로 단순화했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이 ‘선임-수석’으로 바뀌었다. 사원·대리는 선임으로, 과장·차장·부장은 수석으로 통일됐다.

두산이 새 인사 제도를 연이어 도입한 배경에는 조직 문화 혁신을 중요시하는 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기존의 원자력 발전(원전), 건설기계를 넘어 인공지능(AI), 수소 등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 스스로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제도 ▷구성원 간 활발한 소통 등이 필요하다고 박 회장은 판단한 것이다.

박 회장은 신년 인사회를 통해 소통, 조직 문화 개선을 주요 화두로 꼽기도 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 3대 축을 클린 에너지와 스마트 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를 언급하면서 “연관 분야에서 경계를 넘는 협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활발한 소통과 더불어 새로운 시도가 적극 장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yeongda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