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반등하던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6.4점으로 전년보다 0.1점 낮아졌다. OECD 38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이다. 자살률은 10만 명당 27.3명으로 치솟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각종 사회·경제적 지표가 개선되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정작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후퇴하고 있다는 의미다.
삶의 만족도는 2013년 5.7점에서 꾸준히 올랐다가 2019년 6.0으로 하락한 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올랐지만 4년 만에 다시 꺾였다. 가족관계 만족도도 2022년 64.5%에서 지난해 63.5%로 떨어졌고 대인 신뢰도, 기관 신뢰도도 모두 감소했다. 여가 시간은 2022년 4.2시간에서 2023년 4.1시간으로 줄었다. 반면 고용률(62.7%)과 대학졸업자 취업률(70.3%), 사회단체 참여율(58.2%)은 2022년보다 올랐다. 경제적·고용 지표의 개선에도 국민의 실질적 행복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주목할 점은 삶의 만족도가 소득 수준과 연령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인 점이다.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의 삶의 만족도는 5.7점으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고, 반대로 소득 600만 원 이상 가구는 6.6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경제적 격차가 주관적 행복감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이다. 고령층의 삶의 만족도가 낮은 점도 우려스럽다. 60세 이상은 6.2로 다른 연령층에 크게 못미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OECD 최상위권으로 노후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복지 안전망마저 부족하다보니 하루하루가 불안한 것이다.
사회적 신뢰도 하락도 심각한 문제다. 대인 신뢰도는 2022년 54.6%에서 2023년 52.7%로, 기관 신뢰도는 52.8%에서 51.1%로 떨어졌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안한 사회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정성에 대한 불신, 정치·제도에 대한 회의, 계층 갈등이 커지고 있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사회에선 협력과 상생보다는 불신과 경쟁이 앞서게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취약한 개인은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자살률이 압도적 차이로 세계 1위인 이유와 무관치 않다.
모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경제적 불평등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적·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 고용 수치가 나아졌다고 안심할 게 아니다. 투잡·쓰리잡을 뛰어야 하는 현실에서 삶의 여유가 생길리 만무하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돼야 경제적 격차가 줄고 만족도도 올라간다. 각자도생하는 식이 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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