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연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고 있다. [AP]
김채연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또래 선수들보다 한참 늦은 나이에 시작한 피겨스케이팅. 하지만 고난도 기술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며 단시간 내에 고속 성장했다. 선후배의 그늘에 가려 만년 2인자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도 붙었지만, 자신의 연기에 대한 무서운 집중력으로 마침내 아시아 무대를 평정했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간판 김채연(수리고)이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대역전 드라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채연은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9.07점, 예술점수(PCS) 68.49점을 합쳐 총점 147.56점을 기록했다.

김채연은 2위에 올랐던 쇼트 프로그램 점수 71.88점을 합한 최종 점수에서 219.44점을 기록,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의 세계 1위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211.90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17년 삿포로 대회 금메달 최다빈에 이어 동계 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2연패에 성공했다.

특히 김채연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쇼트프로그램(71.39점), 프리스케이팅(139.45점), 총점 최고점(208.47점·이상 종전 점수)을 모두 경신했다.

김채연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
김채연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내면의 속삭임’(Whisperers from the heart)에 맞춰 연기한 김채연은 이날 점프 과제를 모두 클린하게 처리시키는 깔끔한 연기로 금메달을 예감케 했다. 김채연은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자신의 최고점을 경신한 점수가 전광판에 찍히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피겨를 시작한 김채연은 1년 선배 이해인과 2년 후배 신지아 사이에서 오랜 기간 2인자 자리에 머물렀다. 2023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김연아 이후 17년 만에 시상대에 섰지만, 함께 출전한 신지아가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성과가 묻혔다. 시니어로 처음 나선 2023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6위에 올랐지만 이해인이 은메달을 따내며 또다시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김채연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점프 등 스케이팅 스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자신의 실력을 다져나갔다. 안정된 점프와 수행 능력으로 팬들이 붙여준 별명도 ‘클린 여신’이다. 결국 지난해 사대륙선수권대회 은메달,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로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올시즌 국가대표 선발전 1,2차전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정상에 오르며 하얼빈 아시안게임과 사대륙 선수권, 세계선수권 티켓을 모두 휩쓸었다.

그리고 생애 첫 국제 종합무대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인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사카모토에 대역전극을 펼치며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김채연은 “아시안게임 같은 큰 대회에서 사카모토 가오리를 꺾다니 믿기지 않는다. 한 번쯤은 사카모토를 이겨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큰 대회에서 이겨서 정말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김채연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마친 뒤 키스앤크라이존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
김채연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마친 뒤 키스앤크라이존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

김채연은 어머니가 직접 만든 경기 의상을 입는 선수로 유명하다. 이날 역시 어머니가 직접 만든 금빛 의상을 입고 나선 김채연은 “의상실에서 맞춰 입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만큼 옷에 애착이 더 있는 편”이라고 했다.

“김연아, 최다빈 언니가 ‘내 연기에만 집중하면 결과가 따라오니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조언해 줬다. 선배들 조언 덕분에 좋은 연기를 보여드린 것 같다”고 말한 김채연의 시선은 이제 1년 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향한다.

김채연은 “올림픽은 피겨를 시작할 때부터 꿈꿔왔던 대회다. 선수 생활의 가장 큰 목표다”며 “올림픽에 꼭 참가해 더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