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늘었지만 연체율도 동반 상승
내수 침체 등 대내외 경영환경 척박한데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까지 본격화
은행·금융당국 기업부채 리스크 관리 강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강화가 기업대출의 연체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대출 창구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헤럴드경제 DB]](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2/ams.V01.photo.HDN.P.20240903.202409031046162852072059_P1.jpg)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은행권도 업권별 여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면밀히 검토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상승세를 보여 온 기업대출 연체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긴장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월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681조30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34조546억원)보다 7.5% 늘었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 조치에 기업대출 유치를 적극적으로 늘려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업대출의 연체율도 동반 상승해 왔다. 고환율과 고유가, 내수 침체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된 탓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 기업대출 연체율은 0.60%로 전월 말 대비 0.04%포인트 오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0.08%포인트 상승했고 2년 전인 2022년 11월 말(0.29%)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최근 기업의 경영실적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체율이 더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은행권이 기업여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별 기업의 경영 악화로 기업대출 부실화가 지속되면 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중심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기업이 수출 등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꾸준히 점검해 왔지만 이번에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지게 된 만큼 산업군별 부정 영향과 그에 따른 리스크 확대 가능성에 대해 더욱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후보 시절부터 예고해 온 보편관세 정책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자동차,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국내 기업을 둘러싼 통상 환경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관세 관련 행정명령에서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2/news-p.v1.20250211.d1ddae600fe24fb5a686e91e07d75cbd_P1.jpg)
은행권 한 관계자는 “철강뿐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등으로 관세 조치가 확대되면 그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고 이는 관련 기업 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주요 산업군별 리스크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산업 전망에 대해 분석해 이를 업종별 대출한도 등 포트폴리오에 반영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중”이라면서 “최근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내부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향후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개별 은행의 기업여신 전략이 달라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은행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의 정책은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당장 여신정책에 반영하기보다는 상황을 살펴야 한다”면서도 “보호무역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을 검토하고 이를 고려해 여신 전략이나 대책 등을 강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은행의 기업부채 리스크 관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업황이 저조하거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대기업 그룹에 대한 심층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은행이 이를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부채가 국민 경제 부담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차원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실물경제 부실이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기업부채 등 취약부문에 대해 선제적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