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중구 평화시장에서 열린 평화시장 노·사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중구 평화시장에서 열린 평화시장 노·사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오늘은 우리 장관님 대선 후보 여론조사 몇 퍼센트(%) 나왔나요?”

최근 들어 이른 아침 출근 후 커피 한 잔을 들고 나온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이 출입기자들을 만나면 묻는 ‘단골 이야기 소재’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 이후 김문수 고용부 장관이 ‘유력한’ 여권 대선후보로 급부상하면서다.

실제 한국갤럽이 실시한 올해 1월 2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장관은 8%를 획득, 범보수 1위로 올라섰다.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범보수권에선 김 장관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극우 성향 유튜브와 매체들은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는 야당 의원 요구에 당시 김 장관이 유일하게 자리에 앉은 채 응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 이유로 분석한다.

김 장관이 범보수 진영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급부상하면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부응하듯 김 장관 역시 왕성한 대외 활동을 보이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당장 이번주에도 각종 외부 공식행사를 강행한다. 오는 21일엔 자신이 지사를 지냈던 경기도 수원을 찾아 ‘설 명절 전통시장 및 복지시설 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이어 22일에는 인천을 방문해 고용부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인천산재병원 산재환자와 의료진 위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주에도 14일 ‘중소건설현장 현장소통’을 명분으로 충남 아산을 찾은 데 이어 15일 서울 중구 ‘평화시장 현장방문’을 소화했던 데 이어 2주 연속 대외 활동의 보폭을 넓혔다.

김 장관이 유력한 대권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나타난 해프닝 가운데 ‘정점’은 김문수 장관 명의의 ‘가짜 담화문’이다. 해당 대국민 담화는 고용부가 확인한 것만 ▷법무부·고용부 장관 대국민 담화 “비상계엄의 이유와 향후 정부 일정(2024년12월9일) ▷김문수의 “내가 윤석열이다” (2024년12월12일) ▷김문수의 긴급 대국민담화문! (2024년12월26일) ▷대통령께 예의를 갖춰라!(2025년1월7일) ▷김문수 장관 특별 담화문(2025년1월11일) 등 다섯 건이다.

이런 가짜 담화문은 일부 온라인 극우매체 등에 버젓이 ‘김문수 장관’ 명의로 게재되기도 했다. 급기야 고용부가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까지 이르렀다. 고용부는 “온라인에 유포된 위 제목 또는 유사한 제목과 내용의 담화문은 김문수 장관이 작성하거나 발표한 적이 없다”면서 “블로그 등 온라인에 유포된 허위 게시물들은 댓글 등을 통해 삭제를 요청해 일부 삭제됐고, 삭제되지 않은 건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심의’를 요청하는 등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본인이 범여권 대선후보 1위에 꼽히는 것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6일 새해 인사 차 기자실을 방문한 김 장관은 기자들이 범여권 대선후보 1위에 오른 소감을 묻자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한다고 얘기한 적도 없고 고용부 장관 (국무위원) 서열이 16위인데, 이런 사람이 왜 이렇게 나올까(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답답하고 목마른 점이 있다, 이런 말씀 아니겠나”고 말했다.

다만 그의 이런 ‘말’과 달리 발걸음은 ‘사전 선거운동’에 가깝다는 평이 높다. 대표적인 일정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해병대 제2사단을 방문한 것이다. 그날 김 장관은 해병대 제2사단을 방문,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위문품과 격려금을 전달했다. 해당 방문일정은 고용부 대변인실조차 알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의 이유로 언급한 ‘부정선거’의 근거라며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 미군기지로 압송됐다’는 제목의 ‘가짜뉴스’를 작성한 한 극우 매체에만 해당 일정이 보도됐다. 김 장관의 크리스마스 이브의 비공식일정에 대해 고용부는 “토, 일요일도 없이 여기저기 많이 다니시는 것으로 안다”며 “시국이 수상하긴 하지만 고생하는 장병들 위문은 해야해서 비공식으로 간 것”이라 했다.

하지만 고용부 내부에선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장관이 약속한 각종 정책들은 뒷전으로 묻히고 있어서다. 실제 고용부 장관에 임명되면서부터 ‘근절’을 약속했던 임금체불은 지난해 11월까지 1조8659억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겠다던 말도 쏙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