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직종 미출전…청년 기술인재 발굴·육성 필요성 강조
기능올림픽 재유치 제안…삼성과 민관 협력 확대 논의
AI 시대 숙련기술의 가치 주목…생산성 성과 배분도 주문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중국이 국제기능올림픽 64개 전 직종에 출전하는 동안 한국은 50개 직종에 선수단을 보냈다. 이병훈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한국이 출전하지 못한 14개 직종에서 숙련기술 인재 육성의 과제를 찾았다.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할 기술인재를 키우려면 정부와 기업의 투자, 숙련기술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함께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 23일 저녁 중국 상하이에서 “지금 시대에는 더욱더 숙련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더 뒷전, 찬밥처럼 돼 있는 느낌이 많다”고 말했다. 기술인재를 찾고 선발해 육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 보니 국제대회 출전에도 한계가 생긴다는 것이다.
14개 직종 미출전…기능올림픽 재유치로 관심 높여야
이번 제48회 상하이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중국은 전체 64개 직종에 출전했다. 한국은 50개 직종에 선수 56명을 보냈다. 일본도 한국보다 많은 57개 직종에 선수 64명을 파견했다.
이 이사장은 한국의 미출전 직종에 대해 해당 분야의 젊은 인재를 충분히 발굴하고 키우지 못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일부 강세 직종에 출전이 편중되는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인재 육성에 나서는 일이 미래 경쟁력과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숙련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끌어올릴 계기로는 국제기능올림픽의 국내 재유치를 제안했다. 한국이 대회를 개최한 2001년 이후 25년이 지난 만큼, 다시 대회를 유치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련 투자와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구상이다. 그는 “숙련기술을 예전처럼 정부가 지원하고 국민들도 그 중요성을 인정하도록 분위기를 띄워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의 역할을 설명하면서는 삼성을 거론했다. 노사관계를 연구하던 학자 시절과 공단 이사장을 맡은 이후 삼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었다는 얘기도 꺼냈다. 그는 “노사 문제를 다루면서 삼성을 사실 좋게 볼 수가 없었는데, 여기 일을 맡으면서 삼성을 다시 보게 된다”고 말했다.
국제기능올림픽 후원과 선수 채용, 자체 기능대회 운영 등 숙련기술 인재를 키우는 기업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이 이사장은 이번 상하이 방문에서도 삼성 측과 민관 협력을 통한 숙련기술 진흥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공단과 기업이 각자의 역할을 연결해 협업 효과를 높이자는 취지다.
AI가 익히기 더딘 숙련기술…생산성 성과 나눌 합의 필요
이 이사장이 숙련기술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AI에 따른 산업과 일자리의 변화다. 회계사와 기자, 교수, 작가 등 지식·창작 분야까지 AI의 영향이 커지는 가운데 몸에 밴 기술과 경험은 상대적으로 대체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그는 이를 ‘인체의 신비’라고 표현하며 “몸 쓰는 기술은 AI에 대체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오고, 그게 어떻게 보면 또 다른 하나의 기회”라고 말했다. 오랜 경험과 반복을 통해 체득한 암묵지가 산업 경쟁력이자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숙련자의 기술을 AI에 학습시키는 과정에서는 성과를 어떻게 나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장이 가진 노하우를 데이터로 만드는 일이 숙련자를 대체하는 데만 쓰여서는 곤란하다는 문제의식이다. 그는 숙련기술의 지식재산적 가치를 거론하며 “AI를 활용해 수익이 발생했을 때 나눌 수 있는 합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AI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그 성과를 나누는 방향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가 마련되지 않으면 전환 과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청년 일자리 지원도 공단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 이사장은 공단 예산 총액이 줄었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중소기업 재직자에 초점을 맞췄던 직업능력 개발 지원에서 청년 대상 사업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청년 AI 첫 경력지원 사업’을 시범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청년 750명이 AI 분야에서 기본 1년, 최대 2년간 경력을 쌓아 해당 분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이사장은 취업 절벽에 부딪힌 청년들에게 첫 경력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데 공단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생 노사관계와 사회적 대화를 연구해온 그에게 공단 업무는 숙련기술과 자격의 가치를 새롭게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이사장은 자격증을 시장에서 능력을 알리는 신분증 정도로 이해했지만, 현장에서는 자격을 얻기 위해 분투하고 삶을 바꾸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했다. 그는 그 과정에 ‘인간 승리’가 있었다며,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소개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fact0514@heraldcorp.com

